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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 정신과 히피문화에 대한 동경 <테이킹 우드스탁>
주성철 2010-07-28

1969년, 영화가 시작하면 TV에 나오는 뉴스란 게 뻔하다. 베트남에서 지난주 무려 148명이 사망했다는데 6개월 만에 최저기록이라고 덧붙이고, 수에즈 운하에서의 교전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아랍의 대결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멘트가 이어진다. 그나마 희망적인 뉴스라면 닐 암스트롱 팀의 아폴로 11호가 발사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열악한 방 상태에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과의 말싸움에 앞서 원작과 달리 가벼운 역사 브리핑으로 시작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야말로 그 자체가 지닌 축제적 성격뿐만 아니라 그 시대 안에 놓여 있는 자리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전운동과 히피문화, 변화하는 시대의 상징으로서 우드스탁은 존재한다.

가족이 파산 직전에 놓여 전재산인 모텔을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되자 엘리엇(디미트리 마틴)은 이웃 동네에서 열리기로 했다 취소된 록 페스티벌을 유치하려 한다. 맥스 야스거(유진 레비)가 수천평의 농장을 제공하고 낡아빠진 모텔도 페스티벌의 공식 숙소가 되어 빚을 청산할 수 있게 되자 엄마 소냐(이멜다 스턴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그렇게 고요하기만 하던 마을에 무려 50여만명의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축제 분위기가 형성된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콘서트를 중심으로 한 시끌벅적한 음악영화가 아니고(실제 무대 위의 밴드를 잡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나체’와 ‘마약’이라는 키워드로 <숏버스>(2006) 같은 느낌의 영화를 떠올리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미리 참고가 될 만한 원작 그대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리게 되면서 베델 지역이 맞닥뜨린 변화의 기운, 엘리엇 가족이 겪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엘리엇의 의미심장한 성장의 모습들을 찬찬히 훑는다. 그러면서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사람과 그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간의 필연적인 대립 양상이나 충돌, 페스티벌 진행상의 난관 등은 딱히 등장하지 않는다.

당시의 페스티벌을 마치 종교적인 무드로 완성한 장면들은 무척 황홀하다. 호수에서 나체로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풍경 뒤로 들려오는 록음악의 느낌, 헬멧에 꽃을 꽂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수평 트래킹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우연히 만난 남녀의 손에 이끌려 마약에 취한 주인공의 환상장면 등은 마치 계시의 순간과 맞닥뜨린 압도적인 장면들이다. 그렇게 남김없이 벗은 사람들의 평화로운 모습, 온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물들고 동산이 바다처럼 물결치는 환각장면은 이미지 그 자체로 <테이킹 우드스탁>의 주제를 명쾌하게 드러낸다. 정말이지 리안 감독은 그 어떤 프레임으로 가둘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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