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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동반한 운명적인 사랑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이주현 2010-08-04

“살려주세요. 타쿠마를 살려주세요. 부탁이에요, 네잎클로버님.” 여덟살 꼬마 여자아이가 네잎클로버에 소원을 빈다. 선천성 심장질환 때문에 스무살까지밖에 살 수 없는 자신의 친구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심장이 튼튼하지 못한 꼬마 남자아이도 그 순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빈다. “제게 단 한번만이라도 새 생명을 주세요.” 그리고 둘은 “어른이 되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한다. 시간이 훌쩍 흐르고, 여자와 남자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다 큰 학생이 되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타쿠마(오카다 마사키) 곁에는 언제나처럼 마유(이노우에 마오)가 있다. 그러나 타쿠마의 생명 시계는 끝을 향해 빠르게 똑딱거린다. 타쿠마는 자신의 죽음으로 마유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며, 마유와 떨어져 지내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명문사립 시도고등학교에 지원한다. 그렇다고 순순히 사랑을 포기할 마유가 아니다. 마유는 타쿠마 몰래 시도고등학교 시험을 치고, 입학식 날 전교생 앞에서 타쿠마의 바보 같은 행동을 야단친다. 결국 둘은 꼭 붙은 채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고서 스무살이 되어간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그것은 잊지 못할 애틋함으로, 희미한 옛추억으로,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자랑스러운 경험으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에서 마유와 타쿠마가 지켜나가는 첫사랑은 고통을 동반한 운명적인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제 삶은 어떻게 흘러가도 상관없다는 태도의 어린 주인공들은 너무도 순수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원작이 순정만화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의 원작은 일본의 10대 여학생들에게 크게 사랑받은 아오키 고토미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원작의 이야기와 정서는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것은 영화에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썩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던 마유가 타쿠마를 속이고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전교 1등으로 입학하는 이야기나, 마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코우가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는데 하필 그가 장기이식증을 가지고 있어 타쿠마에게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설정은 만화이기에 가능하다. 만화에서는 극적일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그저 우연에 기댄 허술한 이야기 전개로 비친다.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의 장점은 그럼에도 뚝심있게 비극적인 첫사랑의 정서를 밀고 나간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사랑에 도무지 감정이입될 것 같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저런 순정이라면, 하고 마음 한쪽을 내어주게 된다. 거기엔 이노우에 마오, 오카다 마사키 두 청춘배우의 연기도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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