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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붙잡으려는 죽은자의 인간적인 모습 <애프터 라이프>

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약혼자와 다퉈 격앙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다.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영안실에 누워 있음을 알게 된다. 애나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시신을 염하는 장의사 엘리엇(리암 니슨)은 ‘무덤에 묻히기 전 영혼이 며칠 떠도는 흔히 있는 일’이라며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죽으면 그것으로 영원한 끝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죽음 이후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 만나는 이유다. 그런 죽음으로부터의 절대적 소외에 대해 안절부절못하는 감정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애프터 라이프>는 꽤 인간적인 영화다. 영화 속 인물이 삶의 종결을 수긍하지 않는 고집은 마치 어린아이의 울음 섞인 투정과도 같다. 삶과 죽음의 각 시작에서 수미상관적으로 반복되는 외로운 투정은,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으며 이어진 것이라고 느끼게 한다. 시체가 되살아난다는 의학적 미스터리의 쾌감을 영화에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감상 포인트는, 생사의 경계에서 삶의 영역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겨우 영안실 문 하나의 두께 때문이라는 안타까움이 서스펜스로 전환되는 데에 있다.

영안실에서 장의사나 부검의가 죽은 자와 대화하거나, 아이가 이를 본다는 익숙한 설정은 <애프터 라이프>에서도 반복된다. 보통 생사의 경계로서 영안실은 문으로 가려져, 산 자는 그 안쪽을 볼 수 없거나 신비스러운 조명만이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것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애프터 라이프>는 그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 삶을 붙잡으려는 죽은 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데에 주력한다. 크리스티나 리치는 시간이 정지한 표본실의 박제처럼 차가운 매력이 있는데, 이는 영화와 조응해 죽음에 관한 일종의 이미지적 화음을 형성하는 것으로 음미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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