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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수익도 배급사와 극장이 6:4로`
2001-12-24

관객점유율 높아진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 "외화와 동등 대우" 요구 나서

충무로가 극장 부금비율(부율)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네마서비스, KTB엔터테인먼트, 강제규필름 등 30여개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들은 12월19일 간담회를 갖고 외화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는 한국영화 극장 부율을 시급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이 50%를 육박하는데도 여전히 외화보다 불리한 5:5의 부율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배급사와 극장이 6:4로 나누는 외화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위해 조만간 10∼15인 정도의 가칭 ‘한국영화극장부율개선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판돈이 커진 만큼 공정하게 분배하라

부율개선 논의의 근거는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이었다. 씨네월드의 이준익 대표는 관행으로 굳어졌던 현행 부율은 “과거 프린트 벌수 제한으로 외화가 희소했고, 한국영화도 관객점유율이 낮았을 때 정해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면 극장 부율 역시 재조정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율에 차이가 있었지만 예전엔 극장에서 한국영화의 마케팅 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인회의와 함께 간담회를 마련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유인택 회장도 “극장 부율이 개선되면, 한국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일단 한국영화 부율개선의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은 극장쪽의 반발을 우려, 한국영화 흥행이 상승세를 이어갔음에도 관행을 깨뜨리자는 제안을 선뜻 내놓는 이가 없었다. 상황은 투자·배급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네마서비스의 이하영 배급실장은 “직접 극장과 부딪쳐야 하는 배급사만으로는 아무래도 해결이 힘들다. 중간에서 제작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자리를 같이해 공감대를 확인한 이번 간담회가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한국영화 부율개선에는 다들 동의했지만, 조심스런 문제제기도 나왔다. 삼성벤처투자의 김성용 투자심사는 “저예산영화까지 배급사가 60%를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더 스크린 잡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극장을 비롯해서 피해보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름뱅크의 이경원 대표도 “소규모 배급사로서는 스크린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 부율보다 더 불리한 계약 조건을 맺기도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저예산영화의 배급에 대한 고민은 일단 부율개선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고 정리한 뒤, “지금의 주장은 동업자인 극장에 희생을 요구하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각종 자료가 보여주듯, 올해 전체 관객 수의 증가에는 한국영화 관객의 확대가 컸다. 당연한 문제제기다”라고 말했다.

"쿼터와 부율은 별개”

예상했던 대로, 극장부율 개선을 위한 공동대응 움직임에 극장가는 급속도로 한랭전선이 낀 상태다. 메가박스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입장을 밝힐 시점이 아니다”라면서도 “부율조정 요구는 극장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극장의 곽정환 회장도 “한국영화 부율을 외화와 동일하게 해달라는 건 극장엔 무리한 요구다. 계약조건을 변경하려면 극장쪽이 외화든 한국영화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쿼터제와 부율문제를 직결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주장도 거세다. 김혜준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은 “쿼터는 흥행성이 없는 다양한 한국영화들, 그러니까 극장이 흥행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걸지 않을 일부 영화들까지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이를 경쟁력을 갖춘 상업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금의 부율 논의와 연결하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외화 수입을 위해 마구잡이로 제작하던 시절의 한국영화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한 영화인도 “최근 쿼터를 지키기 위해 협상과정에서 한국영화가 외화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부율이라는 점을 강조한 적도 없다”면서 “쿼터와 부율은 별개”라고 못박았다. 세밑, 충무로는 오랜 관행과의 싸움에 나서고 있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