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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통신] 촬영의 신, 글을 쓰다
2001-12-26

<지옥의 묵시록> 등의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 <빛으로 글을 쓰다> 출간 영화관을 찾는 대부분의 경우, 어떤 스타가 나오느냐 혹은 누가 감독을 했는지를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 혹시 이름만으로도 영화를 선택게 하는 촬영감독은 없을까? 만약 있다면,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분명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세번이나 촬영감독상을 수상한(<지옥의 묵시룩> <레즈> <마지막 황제>) 세계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한명인 그가 자신의 영화인생과 예술관, 그리고 빛의 철학이 담긴 책 <빛으로 글을 쓰다>를 출간했다. 제목 ‘빛으로 글을 쓰다’(Scrivere con la luce)는 단어‘Fotografia’(photographic)의 그리스 원어를 직역한 것. 그가 낼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 책의 주제는 빛이다. 스토라로는 그림자와 반그림자, 인공빛과 자연빛 등의 관계과 달빛, 태양빛 그리고 영원이라는 주제로 빛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러한 빛에 관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철학으로 빛을 설명했고, 예술적인 시점으로 빛에 접근하기도 했으며, 또 그가 참여한 20여개 작품의 스틸사진도 함께 모아 그의 미학적 스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12월15일 로마시장 등이 참석한 출판 기념행사에서 그는 “내가 느끼기에 현재 영화학교에는 영화적인 영상이 아닌, 철학, 시 등 다른 표현수단에 대한 탐구가 부족한 것 같다.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한 동기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무시하는 것은 창조를 방해하는 것이다”라며 자신이 책을 쓴 목적이 후학들의 교육을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촬영감독 스토라로가 아니라 저자 스토라로의 이름으로 완성한 새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계획이었던 것 같다. 그는 “<빛으로 글을 쓰다>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바로 하나의 인생이며, 연구자, 학자로서의 철학가들, 화가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비주얼이라는 보물 주위에서 얻은 결실들의 집대성이고, 30년의 경험과 인생이 담겨진 백과사전”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40년 로마에서 태어나 영사기사였던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으려던 소년 스토라로는 11살 때부터 본격적인 사진공부를 시작했고, 최연소 졸업의 기록을 세우며 국립영화센터의 문을 나온 뒤로는 프랑코 로세티, 루카 론코니 등 유명감독과 함께 작품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을 함께 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의 만남은 그를 세계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토라로에 관해 베르톨루치는 “그는 마치 빛의 심리를 조정하듯 작업한다”고 평했으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지옥의 묵시록> 촬영시 정글을 자신이 원했던 분위기로 표현했던 그를 ‘황갈색의 왕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61살의 나이에도 촬영감독뿐 아니라 이퀼라 영상학교의 교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현재 2부 ‘색들’, 3부 ‘기타 기본요소’의 출간을 준비하면서 다음 작품까지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이상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