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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음악감독 김일안
2001-12-26

`기막힌 게임사운드도 내 꿈`

12월1일부터 9일 사이에 펼쳐진 27회 한국독립영화제의 개막식에서는, 그간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던 한 그룹사운드의 공연이 있었다. 지하 창작집단 ‘파적’의 밴드부 ‘플랫(b)폼’ 리더 김일안(33)이 퍼스트 기타를 잡고, 중앙대 록밴드 ‘블루 드래곤’ 출신이자 단편 <고리>의 감독인 강만진이 드럼, 왕년에 명동의 ‘고고장’에서 오르간을 연주한 바 있는 황규덕 감독(<꼴지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이 신시사이저, 고교 때 밴드를 했던 김동원 감독(현 ‘푸른 영상’ 대표)이 세컨드 기타 겸 보컬 보조, <지우개 따먹기> <외계의 제19호 계획>의 민동현 감독이 베이스, <절망>으로 제1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규만 감독이 보컬을,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평론가인 이효인이 매니저를 자처한 초특급 프로젝트 밴드 ‘깜장 고무신’의 공연이 그것. 이들은 이날 크라잉 너트의 <말달리자>부터 김일안의 자작곡 <내버려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개막식을 순식간에 즐거운 난장으로 뒤바꿔놓았고, 특히 김일안은 전문가다운 현란한 기타연주로 그날의 공연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로서는 자신이 음악을 맡은 세편의 영화- <샴·하드 로맨스>(김정구 연출, 단편 경쟁)를 비롯, <달을 먹다(月食)>(최반 연출, 중편 경쟁), (이진우 연출, 단편 초청)- 가 영화제 본선에 오른 것을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파적의 멤버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학교 후배이기도 한 김정구 감독과 단편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를 만들면서 그는 영화의 제작과 음악은 물론 주인공의 동성 애인 역으로 출연해 대담한 누드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뒤 김일안은 10여편의 단편영화에서 음악을 감독하고, 어느새 ‘단편영화 전문 음악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전문’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태권도로 치면 아직 초단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차라리 돌리(dolly)나 크레인이라면 모를까…. <샴·하드 로맨스>의 초반 크레인숏 보셨죠? 그거 제 솜씨예요.” 무슨 소린고 하니 어려서 피아노 배울 때 빼곤 음악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고, 특히나 영화음악은 아직 기본실력과 감에 의존해 하는 정도일 뿐이라는 엄살 섞인 겸손의 변이다. 돌리와 크레인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워낙 익숙해진 터라 이젠 전문인력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95년 <머리에 민들레 꽃을 피운>이라는 시로 동국대 만해문화상을 수상한 데 이어 99년 <포르노 천사의 시>로 시낭송 퍼포먼스를 벌여 시와 소설에도 재능이 있음을 보여준 그의 요즘 관심은 애니메이션 음악과 게임 음악이다. 지난 8개월간 스스로를 ‘네트 중독자’라 부르며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매달린 결과 나름대로 게임 음악의 특성과 중요성에 대해 실감했단다. 마침 그의 이력에 주목한 한 웹 스튜디오의 제안으로 현재 웹 에이전시 기획실 차장으로 근무중이다. 앞으로 그의 바람이란 그동안 쓴 시와 곁들인 앨범 한장을 내는 것과 기막힌 게임 사운드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또… 또… 여하튼 아직 많이 남았다.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 프로필 ★

69년생

95년 시 <머리에 민들레 꽃을 피운> 1회 동국대 만해문화상 우수작 수상

97년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제작, 음악, 연기

98년 <민들레> 시나리오, 연기, 음악

<마술쇼 이야기> <샘> <니넨 그 날 모할거니>

99년 시 <포르노 천사의 시> 1회 독립예술제 시낭송 퍼포먼스

2000년 <심청>, 보다 갤러리 분기탱천 녹음방초 기획 공모

1회 Senef영화제 메이킹필름 촬영, 연출, 편집

2001년 <달을 먹다> <액체들> <샴·하드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