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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좌충우돌 육아무용담 <아이들>
2010-10-13

<아이들> My Sweet Baby 류미례/ 한국/ 2010년/ 70분/ 와이드 앵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영화인의 밤. 인사 끝에 <첫사랑>의 박정숙 감독이 “언닌 애 하나지? 난 둘이유. 근데 미례는 셋이네.” 무조건 존경한다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올해 그 감독이 영화제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나이 들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드물어지지만, 인생사에서 직접 겪지 않고는 죽어도 모를 일 중 하나가 출산과 육아라는 것은 단언할만하다. 결혼은 물론이고, 더구나 부모가 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인간 부류에게는 더욱 그렇다. <경계도시1>을 편집하던 2년은 아이를 편집대에 끈으로 묶어 놓았고, <경계도시2>를 촬영하던 한달은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 한달 후에 만난 아이는 그로부터 넉달이 지나서야 엄마라고 나타난 인간을 겨우 아는 척 해주었다. 이렇듯 엄마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좌충우돌 육아무용담과 길이 없어 보이는 밀림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나름의 비책(?)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이들>이다.

<엄마…>에 이어 또 다른 엄마이야기로 돌아온 류미례 감독은 10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것을 알뜰하게 모아 <아이들>에 담았다. 준비 없이 맞은 아이와의 만남, 그로부터 빚어지는 일상의 치열한 투쟁. 통용되는 모성과는 다른 ‘엄마’의 죄책감과 무뎌지는 자신을 절감하는 ‘나’의 공포 사이에서 전투는 벌어지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옮겨간다. 끊임없이 무한 반복되는 순환의 고리 속에서 팽팽하게 긴장된 신경을 잠시나마 늦추어 주는 건 아이들이 자라는 ‘바로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일이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건진 아이들의 순간은 엄마의 시간이 되고,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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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형숙/ 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