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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대학살
2001-12-26

비디오/메인과 단신

The Day the World Ended 2001년, 감독 테렌스 그로스 출연 나스타샤 킨스키, 랜디 퀘이드 장르 SF(콜럼비아)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의 소도시를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 픽스>나 지나가는 도시인을 태연하게 죽이는 시골사람이 나오는 <브레이크 아웃>이 대표적이다. 외부인을 질투와 적의로 대하는, 폐쇄적인 공간. <에일리언 대학살>의 시작도 그렇다. 포근한 시골마을을 동경하여 뉴욕을 떠나온 상담교사 스틸먼(나스타샤 킨스키)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낀다. 마을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보안관은 공연히 차를 세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자신만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해온 이방인을 다루는 그들의 행동은, 적개심으로 무장되어 있다.

스틸먼은 벤이란 소년이 이지메를 당하는 것을 보고 도우려 하지만, 벤의 양아버지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말만 듣는다. 유난히 에일리언 이야기를 좋아하는 벤은 진짜 아버지가 에일리언이라고 믿는다. 벤이 4살 때 죽은 어머니는, 우주로 간 아버지가 곧 데리러 올 거라는 말을 했었다. 스틸먼은 과거의 충격 때문에 공상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외계의 괴물’이 등장하여 차례로 사람들을 죽이고, 벤은 그 괴물이 아버지라고 믿는다. 실제로 괴물이 노리는 것은,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 연관된 사람들뿐이다.

<에일리언 대학살>은 <쉬 크리쳐>를 만든 크리쳐 피쳐스 영화사의 두 번째 작품. 1956년에 만든 로저 코먼의 를 리메이크했지만 내용은 다르다. 56년작은 핵전쟁의 생존자들이 이상하게 변형된 괴물과 만나 싸우는 이야기였다. 테렌스 그로스 감독은 <에일리언 대학살>을 50년대 유행했던 냉전 SF영화의 플롯으로 변형시킨다. 우리와 다른 무엇인가가 평화로운 미국을 침범한다. 이방인은 미국사회를 어지럽히는, 싸워서 물리쳐야 할 악이다. <에일리언 대학살>은 이방인에 대한 증오가 불러오는 추악한 사건과 끔찍한 파장을 그려낸다. 그건 요즘 미국의 ‘애국주의’ 세태를 비판하는 듯이도 보이지만, <에일리언 대학살>은 그런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다. 공포영화의 흔한 공식대로 마지막까지 의문을 남기고, 불안한 분위기로 엔딩을 장식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 대로 긴장감은 있지만, 좀 맥이 빠진다. 그것마저 전형적인 B급영화 스타일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