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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랑에 대한 '반칙의 판타지'
2010-10-19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무래도 벌 받나 보다. 세상을 멋대로 속이고 산 죄로…."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의 18일(15회) 방송에서 주인공 김윤희(박민영 분)가 가슴을 치며 내뱉은 대사다.

남녀가 유별하고, 당쟁으로 찌든 조선사회에서 몰락한 남인 집안의 여식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남장이 결국엔 양날의 칼이 돼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가슴을 친 사람은 또 있다. 노론의 영수 좌의정의 아들이자 예와 법도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 반듯한 도령 이선준(믹키유천)이다.

어여쁜 처자 효은(서효림)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남자' 김윤식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에 좌절하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선준은 결국 김윤식에게 "네가 좋다. 남자인 네가 좋다"고 마음을 고백하지만 법도가 아니기에 도망치려고 한다.

서슬 퍼런 조선 유교사회를 배경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는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에 남장여자라는 발칙한 장치, 올바름을 추구하는 청춘의 고민을 두루 버무려낸 '성균관 스캔들'이 세상과 사랑에 대한 '반칙의 판타지'를 펼쳐내며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댓글 14만여건..'다시보기' 광풍 = 한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18일 자체최고 시청률인 13.1%를 기록한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는 시청률로 재단할 수 없다.

그간 '동이'와 '자이언트'에 치여 안방극장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TV가 아니라 DMB와 인터넷방송 등 다른 매체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젊은층이 많은 데다 이 드라마의 팬들 사이에서는 '다시보기' 광풍이 불고 있다.

'성균관 스캔들'의 곽기원 KBS CP는 19일 "젊은 층은 다들 DMB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안방극장 채널 선택권을 지닌 50-70대가 동시간대 '동이'나 '자이언트'를 보기 때문에 시청률은 낮게 나오지만 체감 시청률은 40%가 넘는다"고 말했다.

제작사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는 "여론조사를 제대로 하면 이 드라마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작소설 판매량이나 게시판 댓글, OST 판매량 등만 봐도 뜨거운 열기는 한눈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드라마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내 '성균관 스캔들' 갤러리에는 19일 현재 14만5천건의 글이 올라와 있으며,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9만3천건이 올라있다.

단적으로 시청률 50.8%로 종영한 '제빵왕 김탁구'의 KBS 홈피 게시판 댓글이 2만6천건인 것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반응임을 알 수 있다.

곽 CP는 "주말이면 QTV와 KBS드라마넷에서 '성균관 스캔들' 재방송을 연속 편성하는 것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한다. 이 드라마 팬들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시보기'를 몇번씩 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금기에 대한 도전..반칙의 판타지 = '계집이 글을 알면 집안이 망한다'는 조선시대에 총명한 머리, 학문에 대한 열망을 타고난 김윤희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대신해 돈도 벌어야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성균관에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인간으로서 모처럼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남장도 큰일인데, 남장하고 금남의 공간인 성균관에 동생 김윤식의 이름으로 들어간 김윤희는 정체가 발각되면 응당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런데 한 발 더 나가 그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남인인 그가 노론인 이선준과 사랑에 빠진 것. 금기에 대한 연속적인 도전이다.

이것만으로도 살이 떨리는데, 김윤희의 '반칙'은 주변인물 모두의 심장을 후벼 파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선준을 비롯해 마음을 나눈 '절친'인 문재신(유아인), 구용하(송중기)에게도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반칙을 저지른 김윤희 때문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선준은 홀로 '남색'의 괴로움에 지옥의 고통을 안는다.

반대로 김윤식이 여자라는 사실을 아는 문재신, 구용하, 정약용(안내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켜주기 위해 또 다른 반칙을 한다. 문재신과 구용하는 내색하지 않는 반칙을, 정약용은 왕과 성균관에 이를 알리지 않는 반칙을 한다.

이선준 역시 이들 중 가장 늦게 15회 끝에서야 김윤식이 여자임을 알게 되면서 천지개벽의 혼란을 겪게 되지만, 이내 다른 이들과 함께 여자 김윤희를 보호하는 반칙에 가담하게 된다.

반칙은 분명 '페어(fair)'하지 않은 것이지만, 몰락한 양반가 여식의 사지를 묶는 엄격한 조선시대에서는 반칙도 인간애와 사랑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흥미롭게 펼쳐보이고 있다. 반칙의 판타지다.

◇'캔디 콤플렉스' 속 올바름에 대한 끝없는 고민 = 게시판을 보면 이 드라마를 처음에는 허무맹랑하고 가벼운 청춘 로맨스극인 줄로만 알았다고 고백하는 글이 이어진다.

특히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성의 넓고 깊은 사랑은 '캔디 콤플렉스'를 자극하며 여느 순정만화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드라마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캔디 콤플렉스'는 여전히 유효한 유인책이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드라마가 안고 가는 도(道)에 대한 고민이 있기에 가능하다.

실력있는 여성이 여자임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도 김윤희가 굴하지 않고 학문과 도를 향해 끝없이 탐구열을 불태우고 인간과 사회, 국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을 전해준다.

김윤희는 "계집이라서 안된다는 말로는 날 단념시킬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어른들이 나눈 당파의 경계를 넘어 탕평을 구현하고 올바른 길을 찾고자 끊임없이 부딪히고 노력하는 주인공 4인방과 임금 정조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곽기원 CP는 "많은 시청자가 가벼운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들여다보니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며 "매회 알아야 할 좋은 말들과 에피소드가 등장하니 청소년에게도 유익한 드라마이고 여운이 오래남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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