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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 우승은 '평범한 아저씨들'의 힘?>
2010-10-25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 40세 아저씨 직장인 A씨. 평소 TV를 보면서 시청자 문자투표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던 그는 지난 22일 밤 허각을 위해 난생처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38세 아저씨 영화인 B씨. 도쿄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체류 중이던 그는 같은 시각 역시 허각을 위해 현해탄을 넘어 문자 메지시를 날렸다.

## 10대 후반의 '예비 아저씨' 남고생 C군. 동시간에 친구들과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찾아 '슈퍼스타K2'를 직접 관람하면서 허각을 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문자 메시지도 사정없이 날렸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서 우승을 차지한 허각의 극적인 승리 뒤에는 대한민국 평범한 아저씨들의 염원과 힘이 자리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분석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허각은 빼어난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외모 등 엔터테이너로서의 조건이 경쟁자인 존박에 비해 떨어져 그간 시청자 문자 투표나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열세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결승전에서도 소녀팬을 중심으로 한 여성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 존박에 결국은 패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허각은 사전 온라인 투표, 심사위원 투표, 시청자 문자 투표를 합산한 최종 점수에서 988점을 받아 596점을 얻은 존박에 크게 앞섰다.

이는 허각 본인은 물론, '슈퍼스타K2' 관계자와 시청자 모두 깜짝 놀라게 한 의외의 결과였다. 각종 가요프로그램의 투표를 좌지우지하는 소녀팬들의 위력이 그동안 '슈퍼스타K2'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었기 때문에 관계자들조차 허각이 우승을 하더라도 근소한 차로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허각의 우승 직후 각종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저씨의 힘이 허각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허각을 위해 한 표를 던진 남성들은 자신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결실을 봤다며 크게 기뻐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이러한 결과를 여성 관객의 뜨거운 지지로 600만 관객을 넘긴 '꽃미남' 원빈 주연 영화 '아저씨'의 성공에 대한 평범한 아저씨들의 반감으로 해석하기도 해 흥미롭다.

원빈이 아저씨로 나온 영화 '아저씨'가 성공을 거두면서 꽃미남이 아닌 실제 아저씨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황에서 허각에 비해 외모에서 유리한 존박이 소녀팬들의 지지를 받자 아저씨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배격하며 허각을 위해 뭉쳤다는 것이다.

허각을 위해 난생처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아저씨들이 허각을 응원했다"며 "원빈에게 상처받은 이 땅의 아저씨들이 허각의 승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다"며 웃었다.

이러한 남성들의 반응에는 다분히 장난기도 섞여 있지만, 남성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가 허각과 존박이 결승을 앞두고 지난 17일 영등포에서 개최한 깜짝 사인회에서 '위기감'을 느낀 듯하다는 '슈퍼스타K' 관계자의 분석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날 현장을 찾은 수많은 소녀팬들은 존박에게만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다.

비단 소녀팬만이 아니다. 35세의 주부 D씨는 결승을 앞두고 21일 지인들에게 '존박이라고 메시지 한통만 보내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지인들에게 단체로 보냈고, 46세의 직장 여성 E씨는 "존박이 예뻐서 매회 문자 투표를 했다"고 밝히는 등 많은 여성팬들이 존박을 지지한 사실은 '슈퍼스타K2'가 방송되는 내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Mnet 홍보팀의 오지은 씨는 25일 "시청자 투표는 원래 여성들이 적극 참여하기 때문에 허각이 아무래도 열세일 것이라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결승전 현장에서 남학생들의 반응이 소녀팬들 못지않게 뜨거웠고 투표 결과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을 보니 막판에 남성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시청자 문자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별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준결승까지의 결과와 비교하고, 인터넷 반응 등을 종합해 볼 때 결승전에 남성들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슈퍼스타K2'의 결승전에 몰린 시청자 참여 콜 수는 130만여 건이다. 이는 직전 준결승전의 70여만 건을 배 가까이 뛰어넘는 기록이다. 결승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자, 그간 시청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세력'들이 대거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반응 덕분에 '슈퍼스타K2'는 22일 케이블 채널 사상 최고인 18.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날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MBC TV 일일극 '황금물고기'(18.8%)에 이은 두 번째 성적이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을 공중파 방송 시청률로 환산할 경우 통상 3~5배가 가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의 시청률 18.1%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수치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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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