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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 "사인해달라는 팬들 정말 신기해요">
2010-10-27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허각'이라는 이름 두 글자는 지난 며칠간 세간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었다.

134만명이 참여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서 허각(25)은 단 1명에게 주어지는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18%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이 아는 스타가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부각되며 수많은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으며 중졸학력에 블루칼라 출신이라는 '스펙'이 알려지며 '인간 승리' 혹은 '공정 사회'의 상징이 됐다.

야당 대표도 그의 우승을 보고 "감동정치를 생각했다"고 했다. 비슷한 포맷의 영국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된 폴 포츠와 비교되며 '한국의 폴포츠'라는 닉네임도 생겼다.

지난 24일 밤 떠들썩한 잔치 속에 '슈퍼스타'가 된 이후, 잠도 줄여가며 쉴 새 없이 스케쥴을 소화해내고 있는 허각을 만났다.

그는 "쏟아지는 기사도 신기하고 포털 사이트에 내 사진이 떠 있는 것도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사인해달라고 쫓아오는 팬들도 신기하다"고 했으며 마지막회 방송에 대해서는 "이승철 선배님으로부터 99점을 받았을 때에는 이제 져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가난한 환경이 부각되고 '한국의 폴포츠'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데 그런 평가는 너무 과분한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케쥴이 11월 둘째 주까지 빡빡이 들어차 있다고 들었다. 마지막 방송 후 휴식은 취했나.

▲잠을 줄여가면서 계속 스케쥴을 쫓아가고 있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 방송 다음날 인천 집에 갔다가 친구들과 여자친구 20~30분 만난 것 말고는 계속 일했다.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실감하나.

▲엊그제는 어떤 분이 길거리에서 저를 알아보시고 '허허허가각'이라며 더듬거리며 지나가시더니 다시 돌아와서 사인해달라고 하시더라. 사인해달라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다. 따로 만들어 놓은 사인이 없는데 신용카드 사인처럼 그냥 흘려서 이름을 적어준다.

제 팬카페 회원들이 알려준 건데 인터넷 검색창에 'ㅎ'을 치면 자동검색기능으로 제 이름이 나온다고 하더라.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수상 소감으로 '아버지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고 '여자친구와 치킨버거를 먹고 싶다'고 말했었다.

▲라면도, 치킨버거도 아직 못 먹었다. 우리 식구들에게는 라면이 주식이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라면을 자주 끓여주셨는데 정말 맛있게 끓이신다. 라면에 우유를 넣어서 끓이시는 데 맛이 최고다.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가족, 여자친구와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곧 올 것이다.

--남자친구가 슈퍼스타가 된 것에 대해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생활이 들춰진 것도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자친구는 남들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다. 관심은 고맙지만 여자친구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자친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노래 실력은 타고났다고 생각하나?

▲아버지, 어머니 모두 노래를 잘한다. 어렸을 때에는 TV를 봐도 '뽀뽀뽀'가 아니라 'TV가요 20' 같은 가요 프로그램을 봤는데, 돌아보면 그것도 노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3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헤어지고 나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일나가시면 고모나 큰어머니 집에 맡겨지기도 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형이랑 둘이서 집을 지키며 같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버지, 형과는 줄곧 같이 살았었나.

▲나는 17살 이후에는 독립해 살았다. 그 이후로는 3명 모두 떨어져 살았다. 식구들이 한자리에서 같이 밥을 먹은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슈퍼스타K'가 우리 가족도 많이 달라지게 했다. 형과 아버지 모두 방송 때 와서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전에 말한 대로 상금으로 같이 살 집을 마련하고 싶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에 환풍기 수리를 했다고 들었다.

▲수입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친구 아버지가 사장님이신 작은 회사인데, 나는 대리직으로 있었고 친구는 소장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진학을 안 한 이유는 가정 형편 때문인가.

▲가정 형편 문제도 있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노래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도 싶고 학교는 가기 싫고 그랬다.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존박과 각별한 사이인 것 같다.

▲제일 친한 친구다. 톱11에 들었던 출연자들 중 미성년자를 제외한 남자가 존박과 김지수, 나 이렇게 세 명인데 우리 셋은 합숙할 때 정말 친형제처럼 지냈다. 우승했을 때 김지수가 뒤에서 펑펑 울었었는데,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심사위원들의 멘트 중 기억나는 게 있나.

▲멘트 하나하나 다 노트에 전부 받아 적어놨다. 좋지 못한 지적도 고치고 싶다. 제일 좋았던 평은 이승철 선배님이 해주셨다. '조조할인'을 부를 때 "무대, 의상, 노래 모두 완벽했다"는 칭찬이었다.

--윤종신은 '교과서처럼 부른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이승철 선배님도 '감탄은 하게 해도 감정은 주지 못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지적들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부분이다. 감정적으로 '빵'하고 터지는 순간이 부족한 느낌이 있다. 와 닿는 지적이다.

--우승 욕심은 언제쯤 생겼나.

▲톱11에 올랐을 때에는 창피하니 처음에만 떨어지지 말았으면 했고, 6~8위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존박과 2명만 남게 되니 욕심이 생기더라.

--결승전 때 심정은 어땠나.

▲꼭 1등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존박도 나도 즐기면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보자 다짐하고 무대에 올랐고 모든 것을 다 쏟아내 보여주려고 했다. 막상 무대에 오르니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마지막에 내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었다.

--독한 심사평으로 유명한 이승철씨에게서 99점을 받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말하면 그때는 '이제 여기서 내가 져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렇게 큰 가수에게 이런 평을 받아볼 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다.

▲혜택이 큰 만큼 중압도 함께 다가온다. '슈퍼스타K 1등'이라는 타이틀이 무겁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타이틀에 걸맞게 열심히 할 생각이다.

--'한국의 폴포츠'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사실 나는 평범한데 꼭 내가 고된 일을 하면서도 노래하고 싶어서 힘들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 주위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 과대평가해주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저 노래가 좋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한국의 폴포츠'라는 별명을 갖는 것은 폴 포츠를 모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슈퍼스타K'가 삶에 어떤 의미를 줬다고 생각하나.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환풍기 수리하는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차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슈퍼스타K'에 출연했었다.

우승했다고 해서 앞날이 환히 열린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한 셈이다. 다만 이번 우승으로 앞으로 위기나 좌절의 순간이 있더라도 다시 도전할 힘이 생겼다. 서른이 넘어가고 마흔이 돼도 계속 가수의 길을 가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결승전에서는 외모, 키, 학력 등에서 단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틈틈이 공부는 계속 하고 싶지만 외모는 존박과 다른 내 나름의 모습이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 이승철 선배님 말씀대로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물론 복근 운동도 하기는 해야겠지만(웃음) 더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는 데 노력하겠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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