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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브로위츠] 21세기형 범죄도시 서울?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0-11-03

<보이지 않는 도시> 로케이션 헌팅차 서울 방문한 마이클 오브로위츠 감독

이 남자, 서울에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겨우 일주일 정도 서울에 머물렀을 뿐인데 그는 남산 서울타워에 올라 “대도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산낙지를 한입에 집어삼킨다. 또 가회동, 삼청동 한옥마을을 보면서 “왜 이 아름다운 옛 풍경이 자꾸 사라지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서울과 사랑에 빠진 이 남자, <포리너> <아웃 포 킬>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마이클 오브로위치 감독이다. 그는 신작 <보이지 않는 도시>의 로케이션 헌팅차 한국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서울에 여행 온 한 외국인이 장기밀매 범죄조직과 맞닥뜨리면서, 더 큰 음모에 휘말리는 액션영화다. 그가 서울을 두 번째 오게 된다면, 그때는 영화가 크랭크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영화 중 액션배우 스티븐 시걸과 두 차례 호흡을 맞춘 <포리너> <아웃 포 킬>이 생각난다. =아주 오래전에 록그룹 산타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적이 있다. MTV에서 그 뮤직비디오를 인상적으로 본 스티븐 시걸이 연락을 해왔다. 그와 만나보니 우리는 여러 공통점이 있더라. 당시 스티븐 시걸은 합기도를 수련할 만큼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나도 그랬고. 그래서 만든 작품이 위 두 작품이다. 지금 스티븐 시걸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한다. 여전히 좋은 사이다.

-원래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배경은 홍콩이었다고 들었다. 서울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래리 그로스 작가의 초고는 배경이 홍콩이었다. 우연히 미국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괴물> <마더>를 보면서 한국과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인 변호사 친구를 통해 서울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영화의 줄거리만 보면 오히려 어둡고 음울한 이미지의 홍콩이 어울린다. =20세기의 도시가 홍콩이라면 21세기의 도시는 서울이다. 영화는 항상 시대를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컴퓨터, IT산업 등과 관련한 첨단도시다. 변화하는 국제범죄의 성격에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서울, 아니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흥미로웠다. 사방이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유럽의 스위스처럼 한국 역시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에 둘러싸여 있다. 이를 최대한 반영해 이야기는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마피아, 중국의 삼합회 등 아시아 각국 범죄 조직을 함께 다룰 생각이다. 물론 서울을 단순히 범죄도시로 묘사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이면을 그리고 싶다.

-도시의 이면이라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갇힌 건물과 비슷한 맥락에서 봐도 되나. =주변 사람들에게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들었다. 그건 우리 눈에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다. 영화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지우는 작업이랄까.

-일주일여 동안 서울의 어디를 둘러봤나. =서울과 인천의 주요 공간을 보러 다녔다. 영화의 주요 공간 컨셉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비치는 허름한 뒷골목이다. 작은 음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명동 뒷골목이 그 풍경과 흡사하더라.

-명동은 유동인구가 많아서 촬영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명동에서 찍은 뒷골목 사진들을 보여주며) 스마트폰으로 찍는 대로 LA의 작가에게 보낸다. 로케이션 헌팅과 시나리오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거다. 또 파라다이스 호텔 인천의 한 식당 인테리어가 1970년대풍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브 때문에 인천대교에 갔는데 경관이 정말 멋지더라. 극중 주인공이 범죄조직과 추격전을 벌이다가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거쳐 서울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설정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라, 걸어가기는 불가능한 거리다.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걷는 게 차 타는 것보다 빠르다. (웃음)

-로케이션 헌팅으로 바라본 서울이 아닌, 개인으로서 본 서울의 풍경은 어땠나. =종로에 있는 한옥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동유럽의 헝가리나 불가리아에 있는 고건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옛날에는 다 이런 건물이었다고 들었는데,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왜 다 허물어버린 건가. 국가는 과거 유산을 잘 관리해서 보존할 의무가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됐다는 언론보도가 있더라. =현재 발 킬머와 니콜라스 케이지 중 한명을 주인공으로 고려하고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 확정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자니 윤이 등장인물의 한명으로 캐스팅됐고, 배우 조재현을 만나 영화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아직 고려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2011년 봄 크랭크인이 목표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 전세계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참, 로케이션 헌팅을 도와준 서울영상위원회에 정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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