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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고구마 줄기처럼 쭉 뻗어갈래요">
2010-11-03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녀린 소녀 9명이 큰일을 해냈다. 일본에 첫발을 내디딘 지 2개월 만에 떼는 걸음마다 기록이다. K-POP이 이끄는 신(新)한류의 '첨병'으로 떠오른 소녀시대 얘기다.

소녀시대는 지난달 일본에서 낸 두번째 싱글 '지(Gee)'로 한국 여성그룹 최초 오리콘 일간차트 1위에 올랐고 이 싱글은 주간차트 2위도 차지해 일본 내 해외 여성그룹 사상 30년 만의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 발표한 세번째 미니음반 '훗(Hoot)'도 단숨에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한ㆍ일 협공에 성공해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다는 소녀시대를 2일 인터뷰했다.

멤버들은 "요즘 해외 활동이 잦아 비행기를 택시 타듯 한다. 비행기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흐뭇하다"며 소소한 말에도 웃음꽃을 터뜨렸다.

◇"한국 대표라는 자긍심 느껴요" = 멤버들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어제 연습하느라 취침 시간이 늦었다"며 "한시간만 연습하려다가 '필'받아서 늦게까지 했다"고 한다. 일본 활동 뒤 국내 무대에 복귀했는데 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그제서야 "우리가 뭔가를 해내고 왔나?"란 뿌듯함이 밀려왔단다.

그러나 멤버들도 일본에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일본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갔는데 어떤 분의 휴대전화 벨소리로 '지'가 흘러나왔어요. 또 거리에서 한 프랑스인이 '어, 소녀시대?'라고 알아보셨죠. 또 일본 여자 팬들이 많은데 우리의 외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태연)

"일본 여고생들이 얼굴을 중무장한 절 못 알아보고 제 앞에서 '소녀시대 포즈로 할까'라며 사진을 찍더군요."(티파니)

소녀시대는 보아,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택한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았다. 국내 히트곡을 들고 '한국의 소녀시대'로 진출했기에 동방신기가 정상에 오르는데 걸린 5년을 2개월로 단축시켰다. 춤과 노래, 외모 등 완성도 면에서도 연일 칭찬이 터져나온다.

멤버들은 "우리에 앞서 그 길을 갈고 닦은 선배님들 덕이다. 소녀시대여서가 아니라 K-POP이 아시아에서 큰 사랑을 받기에 가능했다"고 겸손하게 말한 뒤 "사실 우리도 2007년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때는 실력이 부족했었다"고 웃었다.

멤버 중 언변이 뛰어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수영의 진지한 설명이 이어졌다.

"소녀시대는 일본 음악 시장에 맞추기보다 우리 본연의 음악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갔어요. 처음에는 문화 차이로 인한 '갭'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신선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선 '가창, 안무, 미각(美脚)'을 우리의 매력으로 꼽는데 이 점을 부각시킬 의도도 없었고요. 또 일본어로 말할 때의 긴장된 모습보다 우리 말을 했을 때의 자연스런 매력을 보여주고자 일본어도 많이 구사하지 않았어요."(수영)

재차 소녀시대만의 색깔을 되묻자 멤버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다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영은 "역동적인 안무와 표정에서 나오는 에너지 아닐까"라며 "우린 무대에 설 때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싶다. '언제 끝나지?'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옆 사람과 말하고 싶지 않도록 허점 없는 무대를 보여주려 한다. 우리가 무대에서 집중하니 보는 분도 집중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소녀시대를 향한 시선은 이제 국경을 훌쩍 넘었다.

태연은 "해외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시선도 많아졌다"며 "행동 하나하나가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말, 행동에 신경이 쓰인다. 특히 해외 활동을 하는 가수로서 소녀시대와 한국의 이미지를 지키고 싶다. 한국인이란 자긍심에 한국 가수, 그리고 걸그룹을 대표해 진출했다는 생각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해외에서 보고 듣고 접하는 환경들이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소녀시대 데뷔 초기 일본에서 모닝구 무스메의 공연을 봤어요. '난 이 무대에서 미칠거야'란 느낌이 들 정도로 표정, 퍼포먼스에 모든 걸 쏟아내는 느낌이 들었죠. 그 어떤 멤버를 카메라에 잡아도 표정이 살아있었어요. 많은 걸 배웠죠."(수영, 제시카)

"일본 음악 방송에 출연했는데 국내 방송 시스템과는 좀 달랐어요. 리허설 때 서로 몸을 부딪히며 촬영하던 여러 명의 카메라 감독님들이 실제 방송에선 독수리 5형제처럼 완벽한 동선으로 날아다녔어요. 또 생방송인데도 가수마다 다른 세트가 빠르게 들어오고 빠지는 모습도 신기했고요."(윤아, 써니)

◇"아이돌 비판도 자양분이 되죠" = 일본 내 '한국 걸그룹 열풍'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소녀시대의 존재감은 더욱 또렷해졌다. 새 미니음반 첫 주문량이 15만장을 넘겼고, 타이틀곡 '훗'은 공개 직후 멜론, 벅스, 도시락 등 음악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소녀시대가 신보에서 택한 이미지는 복고다. '훗'은 '고고리듬'에 복고풍 기타 사운드가 가미된 경쾌한 곡으로 재킷 이미지도 권총을 든 '스파이 걸'이다.

유리는 "음악과 이미지에서 늘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며 "멤버가 9명이어서 다양한 모습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녀시대가 처음 시도한 R&B 발라드곡 '내 잘못이죠'의 가사를 유리가 썼다는 점.

"가수를 꿈꿀 때 제 음반에 목소리뿐 아니라 생각도 함께 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죠. 4일 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가사를 썼어요. 평소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좋은 대사와 글귀를 노트에 적어두는데 이번에도 참고가 됐죠."(유리)

티파니와 태연이 "멤버들 대부분이 작사, 작곡에 관심이 많다"며 "작곡을 위한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멤버들 중에는 밴드 음악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밴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몇몇 음악 프로그램에서 밴드 반주로 노래해봤는데 신났어요. 노래와 반주를 고쳐나가면서 호흡하는 게 재미있었죠. 아이돌 그룹이 밴드로 공연하는 건 색다를 테니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어요."(수영, 써니)

티파니도 테일러 스위프트, 케이티 페리처럼 트렌디하면서도 밴드와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음악적 깊이를 위한 노력을 함에도 아이돌 그룹들은 단편적인 비판에 직면한다. 노래 파트를 나눠 부른다며 '5초 가수', 춤과 외모가 무기라며 '비주얼 가수'로 치부된다.

"연예인이란 직업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붙는 한 눈을 더 크게 뜨고 볼거고요. 이런 비판이 기분을 상하게도 하지만 연습을 더 하도록 만드는 자양분이 돼요. 오히려 신경쓰이는 건 스스로 모니터링 한 뒤 부족함을 찾았을 때예요."

멤버 중 '선생님'처럼 날카롭게 무대 모니터링을 해주는 멤버는 수영.

"인터넷에 '수영이의 법칙'이란 사진들이 떠돌아요. 무대에서 한 멤버가 틀리는 모습을 제가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짓고 있는 사진 모음이죠."(수영)

"사진 속 수영이의 옆 혹은 앞에 꼭 제가 있더군요. 호호. 실제 수영이한테 '오늘 춤 잘 췄어'란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요. 정말 눈물까지 글썽였어요. 수영이는 무대 지적뿐 아니라 멤버가 감기에 걸리면 약도 챙겨주며 살가워요."(제시카)

또래와 달리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멤버들은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가을이 되면서 연애하고 싶은 심정도 함께 나눈다. 쉬는 시간조차 함께다.

수영과 유리는 "우린 모든 걸 함께 해 친구가 없다"며 "9명이니 매일 멤버를 바꿔 놀아도 지겹지가 않다"면서 마주보고 웃었다.

샤이니의 민호 등 이제 후배들이 예뻐보인다는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성숙한 이미지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최근 대만 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른 이들의 목표는 조금씩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써니와 제시카는 "걸그룹의 공연은 드물테니 많은 나라에 가서 공연하고 싶다"며 "더불어 우리가 세계 시장에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 시장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만들고픈 거대한 목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내 서현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제 별명이 고구마예요. 해외 팬들이 한글로 '고구마'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해주세요. 소녀시대를 통해 한국을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그러자 한 멤버가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고구마 줄기처럼 쭉쭉 뻗어나갈래요."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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