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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 "빨리 가수의 세계 겪어보고 싶다">
2010-11-04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34만 명이 참여한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우승자인 허각(25)은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 3일 오전 연합뉴스를 방문한 그는 언론사 방문이 처음이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개월 전까지 환풍기 수리를 했다던 그였기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쇄도하는 인터뷰와 방송 및 공연 등의 스케줄이 힘에 부쳤던듯 보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승하고 10여 일이 지났는데 하루 2-3시간 잔 것 같아요. 스케줄이 밤 9-10시에 끝나면 인천 집으로 귀가했고 새벽에 끝나면 엠넷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눈을 붙였어요."

그러나 그는 이제 일련의 환경에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그는 4일 첫 음반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가수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15일 오프라인에서도 발매될 이 음반에는 조영수가 작곡한 '언제나'를 타이틀곡으로 '하늘을 달리다' '행복한 나를' '마이 하트(My Heart)' 등 '슈퍼스타K 2' 때 부른 곡들이 담긴다.

최근 우승 상금으로 세금을 뗀 1억9천여 만원을 수령했다는 그에게 '슈퍼스타K 2' 이후의 얘기를 들어봤다.

--우승 상금으로 뭘 했나.

▲아버지가 은행 대출 등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였는데 그 빚을 해결했다. 나와 형도 휴대전화 미납금을 냈다.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뒀다.

--음반기획사들로부터 영입 제의도 많이 받았을텐데.

▲나를 비롯해 함께 출연한 동료들도 아직 기획사를 정하진 않았다. 엠넷미디어가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모를 통해 기획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걸로 안다. 난 기획사의 크기보다 꾸준히 내 노래를 만들어줄 곳에 가고 싶다.

--이제 환풍기 수리는 안 하나.

▲친구 아버지가 사장인 작은 회사에 다녔는데 친구는 소장이었고 나는 대리직이었다. 친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난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가수로서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반짝 조명 후 내려갈 수도 있다. 환풍기 수리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도 마음 한켠에 안심이 된다. 나중에 다시 간다면 그 친구가 받아주지 않을까. 하하.

--요즘 정계, 종교계까지 '슈퍼스타K 2'를 거론한다. 중졸 학력에 어려운 가정환경이 부각되며 우승자 허각은 '공정 사회, 서민정책의 모델이 됐다'고도 한다. 이러한 세상의 조명이 부담되진 않나.

▲힘든 세상이니 내 삶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들을 얘기했을 뿐인데 어느 쪽에선 불쌍히 여기고, 다른 쪽에선 설정으로 보더라. 똑같이 봐주면 좋은데 사람들이 너무 다양하게 생각하니 속상한 부분도 있다.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인터뷰 때마다 '슈퍼스타K 2' 얘기를 한다. 우승 후 여러 스타들을 만나며 어떤 조언을 들었나.

▲내가 처음 1등 한 노래 자랑대회에서 사회를 봐주신 인연이 있는 개그맨 이수근 형은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데 '죽어도 초심을 잃지말라'고 하신다. '슈퍼스타K 2' 제작진도 '너희들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돼 있다'고 하던데 절대 안 그럴 것이다. 지금보다 외형이 변하고 생활이 부유해지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분들의 은혜를 죽어도 잊지 않으며 살 것이다.

--'슈퍼스타K 2'란 프로그램이 스타 재목을 뽑았다고 생각하나, 가창력이 우수한 가수를 뽑았다고 생각하나.

▲톱 3만 남았을 때부터 '난 집에 간다'는 생각으로 시청자 문자 투표와 심사는 신경 안 썼다. 무대에서 놀다 가겠다는 생각으로 즐겼다. 그런데 우승을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스타 재목이 아닌데 왜 뽑혔지. 가창력만으로 뽑은 것인가'란 의문도 들더라. 하지만 '나의 힘든 스토리 덕에 문자투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존박을 이긴 건 반전이다'는 말들에는 좀 서운했다. '왜 사람들은 내가 1등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심사위원이던 이승철, 윤종신 씨를 비롯해 일부에선 음색이 평범하다는 지적과 외모도 스타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가수로 성공할 것 같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솔직히 지금은 하루하루 생각이 달라진다. 밖에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실력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의욕이 생기다가도,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보면 '여기까지인가'란 체념도 든다. 빨리 그 세계에 들어가 겪어보고 싶다.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공연 때 함께 한 신승훈 선배님도 '너희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빨리 겪어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 지적당한 부분은 고쳐나가려고 애쓸 것이다.

--'슈퍼스타K 2' 내내 여자 친구가 객석에서 응원했는데 공개한 걸 후회 안하나.

▲여자 친구의 존재가 내 가수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떳떳이 밝혔으니 잘 만나고 싶다.

--3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살았는데 최근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태어나서 어머니께 처음 받은 편지였다. 며칠 전에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고 만나기로 했다. 4년 전 명절 때 어머니와 30분 만난 이후 처음이다. 나와 형을 키운 고모는 가끔 서운함을 토로하는데 난 한번도 어머니를 원망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이달 말 마카오에서 열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오른다. 공항 출입국 때 직업란에 뭐라고 쓸 것인가.

▲그때는 내 음반이 나온 이후이니 가수라고 써도 되지 않나. 하하.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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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