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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규리 "배우의 길, 이제 시작이죠">
2010-11-05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금은 여러분들께 제가 '배우의 길을 가도 되죠?'라고 물었을 때 '가도 될 것 같다'는 대답을 받은 정도인 것 같아요."

배우 남규리에게는 이제 배우란 타이틀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시작하기 전 그는 대중에게 배우가 아닌 가수로 각인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를 가수보다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여운 막내딸 초롱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종영 2회를 앞두고 만난 그는 "시원섭섭하면서 아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상대역 동건이랑 이제 막 알콩달콩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려고 하는데 밀고 당기기만 하다가 끝나는 거 같아요. 사랑스런 초롱이의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연기 경력이 영화 '고사' 한 편에 불과한 그에게 드라마 도전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60회가 넘는 장편이었고 드라마계의 전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었다.

만만치 않은 조건이었지만 그에게는 연기자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남규리는 "시작할 때는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 외엔 없었다"고 돌아봤다.

"김수현 선생님이 무서운 작가님이란 말은 들었지만 그전에 뵌 적은 없었어요. 장편 드라마가 어떤 건지도 잘 몰랐죠.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6개월만 버티면 되지, 뭐'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격주로 촬영장인 제주도를 왔다갔다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는 "제주도 촬영장에서는 딱히 할 것도 없어서 대본만 끼고 살았다"며 웃었다.

가수로 대중의 관심을 받다가 드라마 조연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게 처음에는 이상하기도 했다.

"이상했지만 나중에는 마음을 비웠어요. 연기하는 재미를 찾았기 때문에 내가 꼭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가끔 그때가 부러워요. 가요 프로를 보면서 '무대 위 가수들은 역시 예쁘게 나오는구나'하고 생각하죠.(웃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서고 싶기도 해요."

신인 연기자인 그가 60회가 넘는 장편에서 연기호흡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50회를 넘기면서 초롱이 역할에 흥미를 잃는 순간도 있었다.

"선배님들이 캐릭터에 너무 푹 빠졌다가 너무 오래 지나면 감정 컨트롤이 안되면서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50회가 넘어가니까 그런 순간이 왔어요. 달라진 초롱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계속 비슷한 모습만 나오는 것 같아서 캐릭터가 식상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러다 작품에서 다시 돌파구를 찾았다.

"그때 즈음 가족끼리 소시지 파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극중 아버지가 '자기가 한 일을 보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딱 내 상황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죠."

극중 초롱이는 자신을 일편단심으로 좋아하는 동건(이켠)에게 내내 쌀쌀맞게 군다. 동건이 자기한테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규리는 실제로 동건 같은 캐릭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연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깊이가 없잖아요. 말도 과장해서 하고 허둥대고 초롱이 말을 다 받아주는데 별로 남자로 안 느껴졌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직은 베테랑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초롱이는 오빠인 태섭이 동성애자임을 가장 빨리 발견한다. 당시 남규리는 충격에 빠진 초롱의 모습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대본을 보고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며 "NG가 많이 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실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

"이 드라마를 찍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 같아요. 전에는 가족 중 동성애자가 있다면 좀 그럴 것 같았는데 드라마를 하면서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남규리는 "오히려 사람들이 동성애를 너무 싫어해서 놀랐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드라마에서 다룰 내용이 안되나 싶었죠. 아직은 한국사회가 그렇게 열려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평생 못할 수도 있는 작품을 했다는 게 큰 행운"이라는 그는 "아직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정말 배우가 됐구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며 자신을 낮췄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씨야의 남규리이긴 해요. 가수였던 애가 연기를 잘한다는 반응이 많은데 앞으로 많은 작품을 해서 배우란 말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됐음 좋겠어요."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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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