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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 언제나 '꽈당' 있지만 그게 인생>
2010-11-08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국내 연속극 사상 최초로 제주도를 무대로 하고, 동성애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화제를 모았던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7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시청률 30-40%가 우스운 김 작가의 명성에는 못 미쳤지만 이 역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의 성적이다.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의 진정한 가치는 시청률로 따질 수 없는 파격 실험과 용기에 있으며, 이는 방송 내내 TV 안팎을 뒤흔들며 연예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끌어냈다.

◇선남선남의 동성애 '죽는 날까지 영원하게 하소서' = '인생은 아름다워'가 보여준 멜로 라인의 가장 큰 축은 선남선녀가 아니라 '선남선남' 커플이었다.

과거에도 단막극이나 영화에서 동성애를 다룬 적은 있었지만 온가족이 보는 주말 연속극에서 동성애를 내세운 것은 '인생은 아름다워'가 처음이다.

각기 준수한 외모, 선량한 성격에 의사와 사진작가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춘 태섭(송창의)-경수(이상우)의 애틋한 사랑은 방송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반대의 목소리들이 방송사를 압박하고 신문에 안티광고까지 싣는 등 시끄러웠고 이들 커플의 성당 언약식 촬영이 성당 측 제지로 무산됐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김수현 작가는 40년 집필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대본 중 일부가 통편집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편집 당한 후 김 작가가 "더러운 젖은 걸레로 얼굴 닦인 기분"이라며 공개적으로 SBS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김 작가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마지막회에 태섭-경수가 숲길을 걸으며 서로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모습을 추가로 넣으며 두 남자의 사랑을 끝까지 용기있게 축복했다.

태섭과 경수는 이날 "신이 있다면 우리 죽는 날까지 영원하게 하소서"라는 절절한 기도를 나눴고, 카메라는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클로즈업했다.

이 드라마의 파격이자 '미덕'은 무엇보다 두 남자의 사랑이 둘만의 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가족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진 것에 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눈물과 고통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 둘의 사랑은 양가에 인정을 받았다. 가장 늦게 이 사실을 안 할머니(김용림)도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사회적으로 떳떳하게 내세울 수 없는 점은 드라마 이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로 남게 됐다.

◇재혼가정, 축첩시부, 출산문제 등 다각도 접근 = 동성애 소재가 워낙 강해 가려진 점이 있지만 드라마는 여러 의미있는 문제들에 다각도로 접근했다.

우선 주인공 가정은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꾸린 재혼가정이다. 태생적으로 많은 갈등을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여기서 다양한 이야기가 파생됐다.

또 6명의 아내에게서 15명의 자식을 두며 집 나가 살던 할아버지(최정훈 분)가 늙고 병들어서야 조강지처인 할머니(김용림)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스토리 안에도 수십 년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가 녹아있었다.

여기에 저출산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의 고민과 선택을 비중있게 다루고, 일상적인 에피소드들 가운데 가족 간에도 예의가 필요함을 수시로 솜씨좋게 풀어냈다.

또 마지막에는 늘 씩씩한 줄 알았던 엄마가 대가족의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진 탓에 우울증에 걸린 모습과 평생 속을 썩인 할아버지의 죽음 후 할머니가 사실은 할아버지를 '말벗'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며 인생의 양지와 음지는 분리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등 막장 요소 하나 없이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뤘다.

◇제주도 절경 고스란히..'꽈당' 엔딩으로 방점 =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첫회 방송이 2주나 미뤄지는 등 소동을 겪었던 이 드라마는 방송 내내 제주도의 바람, 비와 싸워야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악조건 속에서도 제주도의 이국적 풍경과 절경을 담아내며 시청자 서비스를 톡톡히 했다.

마지막회에서도 겨울 바닷가, 갈대밭, 대나무숲, 말이 뛰어노는 뒷마당 등을 고루 잡으며 서울 중심의, 혹은 내륙 중심의 드라마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풍광을 선사했다.

김수현 작가 스스로도 "제주도에서 촬영한 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 작가가 매회 엔딩에 넣은 '꽈당' 신도 화제를 모았다. 제아무리 고상하고 도도한 캐릭터도, 그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도 등장인물들은 '꽈당'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고, 이를 통해 드라마는 코믹한 볼거리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살면서 언제든 넘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인생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엔딩에서는 그간 숱한 일을 겪어온 병태(김영철)-민재(김해숙) 부부가 자전거를 타며 어머니 앞을 지나가다 넘어졌다. 그러나 둘은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지었고, 이들의 얼굴 위로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지 않냐'는 작가의 메시지가 흘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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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