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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유쾌한 섹시코미디..'페스티벌'
2010-11-10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지구대 경찰 장배(신하균)는 여자친구 지수(엄지원)와 동거 중이다. 일상은 행복하지 않다. 밖에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안에서는 자신의 성적 능력(?)을 의심하는 듯한 지수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장배는 내적으로 움츠러들수록 과하게 자신을 포장한다. 회사에서는 후배들에게 막말하고 지수에게도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면서 회사 생활도 꼬이고, 둘의 관계도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한다.

한복 집 여주인 순심(심혜진)은 홀아비 정비공 기봉(성동일)을 보고 채찍질하는 상상을 시작하고 순심의 딸 자혜(백진희)는 어묵장수 상두(류승범)를 만난 후 어떻게 하면 그와 잘 수 있을까 고민에 휩싸인다.

'페스티벌'은 세 커플과 한 남자의 이야기다. 네 편으로 이뤄진 이야기는 서로 상관없이 흘러가다가 결말 무렵 한 지점에서 만난다.

"세상에 살다 보면 변태 엄마도 있는 거야"라는 순심의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찌른다. 영화는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은 여자 속옷을 입어보고 나서야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국어 선생님, 섹스인형을 여자친구 삼아 살아가는 어묵장수,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마침내 가학적인 성적 취향을 깨닫는 한복 집 여주인 등이 엮어가는 에피소드를 코믹한 상황으로 포장한다.

웃기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웃기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그들이 당면한 상황이 절절한 탓이다. 변태로 몰려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장면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건 그래도 참을만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친한 사람들로부터 조차 평생 이해받지 못하는 건 비극이다.

그런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이해영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다. 등장인물들은 타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며 때때로 귀여운 행동으로 시선을 끈다. 결국 "겉도는" 인물들은 일탈을 통해 평생 모를 수도 있었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동시에 찾는다.

모두 '페스티벌'의 주인공처럼 인생을 즐기면서 사랑도 나누고 즐거움도 찾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현실을 바라보기보다는 현실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긴 이해영표 판타지인 셈이다.

거북스러울 정도로 특정 고유명사를 지칭한 대사는 무척이나 야하지만 그렇다고 장면까지 야하지는 않다. 신하균의 뒤태 노출이 가장 세다면 센 장면이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촌스런 디스코 풍 음악과 뒤섞이는 화면은 요즘 시대에 걸맞게 감각적이며 주연급 캐릭터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성동일부터 막내 백진희까지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특히 신하균은 신경질적이지만 콤플렉스를 가진 남성의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고삐리 하여튼 되게 겉돌아" "머리에 우담바라가 피겠네" 같은 감각적인 대사, 만화의 컷에 가까울 정도로 코믹한 영상 등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

다만, 이야기의 흡입력은 아쉽다. 상영시간 109분간 4개의 이야기는 충분히 뻗어나가지 못한다.

11월1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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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