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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불량식품 같은 영화 만들고 싶었죠">
2010-11-14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불량 식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달고 시고 짠, 그런 감정의 영화를요. 그래서 쇼트도 조잡해 보일 만큼 불량해요."

영화 '페스티발'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영화는 뒤늦게 성적 취향을 깨닫게 되는 40대 한복집 여자 순심(심혜진)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기 사이즈를 자랑하는 경찰관 장배(신하균), 짜릿한 고통을 즐기는 철물점 주인 기봉(성동일) 등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평범하지 않은 성적 취향에 대한 농담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어느 날 찾아온 이 감독의 단상에서 비롯됐다.

이해준 감독과 공동작업한 '천하장사 마돈나'(2006)를 끝낸 지 한 달가량이 지날 무렵. 새벽녘에 거리를 지나다가 이 감독은 문득 철물점 간판을 봤다. "저 안에서 철수 아빠가 영희 엄마를 때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중년커플의 사도 마조히즘(SM)이야기로만 장편 상업영화를 찍어낸다면 투자가 될 리 만무. 이 감독은 여행이나 일상에서 느낀 작은 관찰들을 토대로 상업영화에 걸맞은 살을 붙여갔다.

"일본 여행 중 순돌이 아빠같이 순하게 생긴 남자가 저녁 무렵 화단 앞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충격이었죠. 그런 일화들이 쌓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축제를 의미한다. 영화는 축제처럼 흥겨운 순간도 조명하지만 축제의 이면인 고독과 허무함도 담았다.

예컨대 뒤늦게야 SM 취향을 알게 된 순심(심혜진)은 기봉(성동일)을 통해 SM의 즐거움을 맛보지만, 그 끝이 반드시 행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변태 엄마도 있는 거야" "기봉아 우리 지옥가자"라는 대사는 이런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독일을 여행하면서 성적 소수자들의 행진을 우연히 봤어요. SM복장을 한 사람들이 광화문 같은 대로에 쏟아졌죠. SM이란 지옥에서나 통용되는 줄 알았는데 햇살이 쏟아지는 광장에서 진행되더라고요. 신기하면서 슬프기도 했어요. 수재민들의 물건들을 햇볕에 말리는 방송뉴스 장면 같다고나 할까요? 그들의 남루한 취향을 드러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로 묵직한 내용을 덜어낸다. 요컨대 '페스티발' 같은 분위기다.

"무겁기보다는 가볍게 갔으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설혹 드라마가 부족하다면 캐릭터에 내재한 감성적인 부분으로 영화를 채우려고 했죠. 팝콘처럼 넘쳐나고 넘실대는 그런 느낌의 영화를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쇼트는 이해영 감독의 말대로 "저질 쇼트"가 범람한다. 전경에 모자이크로 성기부분을 찍은 장면을 배치하고 후경에 여자 얼굴을 놓는 식이다.

"1980년대 미국의 저질 영화 같은 느낌인데, 그런 느낌이 무척이나 경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신하균의 노출장면을 제외하곤 무척이나 건전하다.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영화를 만들자"는 기본 콘셉트에 충실한 탓이다. 대사는 무척이나 노골적이지만 노출장면은 2-3장면에 불과하고, 모두 신하균이 담당했다.

이 감독은 신하균의 노출장면에 대해 "기획의도 자체가 아무도 벗지 않고, 피스톤운동을 하지 않는 '야한 영화'였다"며 "노출 때문에 신하균을 썼다면 내가 미친 사람"이라며 웃었다.

이 감독은 전작이었던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성적소수자 이야기를, 이번 '페스티발'에서도 성적 소수자 이야기를 했다. 왜일까.

"연달아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강풀 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29년'이 엎어지면서 바로 '페스티발'로 오게 됐네요. 전 편견에 의해 무언가 결정되는 시스템과 매커니즘에 대해 기본적인 분노와 짜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소수자의 성적취향을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29년'이 크랭크인 일보 직전에 무산되면서 이 감독은 큰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정치와 연관된 사회물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페스티발'을 완성하고 나서는 묵직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페스티발'이 개인적으로 그의 상처를 보듬어준 셈이다.

이 감독은 "이제 다른 종류의 영화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며 "밑동이 튼실한 묵직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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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