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한석규 "내가 어디까지 할수 있을지 궁금해">
2010-11-17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1990년대 후반 충무로를 주름잡으면서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앞장서 이끌었던 배우 한석규.

2000년대 들어 주춤하면서 최고 배우의 자리를 내준지도 오래다. 하지만, 타격감이 떨어진 베테랑 4번타자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방을 터뜨려주리라 기대하듯 그를 변함 없이 믿는 영화팬들은 여전히 많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한석규는 나이만큼 깊어진 연기로 이름값을 확실하게 했다. 자신의 18번째 영화 '이층의 악당'(25일 개봉)에서다.

한석규는 값비싼 도자기가 숨겨진 집에 세입자로 들어가 호시탐탐 도자기를 노리는 문화재 밀매꾼 '창인'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큰 웃음을 준다.

그의 영화 데뷔작인 '닥터봉'(1995) 이후 15년 만에 만난 김혜수와도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셋이서(손재곤 감독.김혜수.한석규) 코믹 연기는 하지 말자고 했어요. 코미디 영화로 생각해서 자꾸 웃음을 노리는 연기는 조심하자는 얘기였죠."

1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석규는 "저 빼놓고 다 잘한 것 같다"면서 자신에게는 박한 점수를 줬지만 손재곤 감독과 김혜수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5~6년 전부터 '얼굴 없는 미녀'나 '좋지 아니한가'를 보면서 여배우 김혜수의 팬이 됐다고 할까, 한번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김혜수라는 여배우는 화려한 이미지가 많은데 이런저런 작품에서 그걸 벗어던지고 싶어하는 것을 봤다. 이번에도 아주 편안하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혜수의 모습이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감독에 대해서는 "사건과 인물의 상황을 바라보고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다"면서 "얼마든지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이라고 평했다. "괜찮은 무대를 저에게 마련해줘서 고맙죠. 멍석을 확 펴준 거니까. 진심으로 고마워요."

그는 "시나리오를 봤는데 웃음과 유머를 통해 다가서지만 쓸쓸함까지 담아내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서 뭔가를 훔치려다 우울증이 전염되는 남자 등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고 하자 "'미스터 주부퀴즈왕' 말고 '음란서생'도 코미디로 볼 수 있다"면서 "이제까지 18편을 했는데 '닥터봉' '넘버3'까지 해서 코미디가 5편이면 적은 건 아니다"고 답했다.

"되기만 하면 전 모든 장르 영화를 다 하고 싶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모든 장르의 모든 인물을 하고 싶다는 건 배우들의 꿈이겠죠."

그는 "코미디는 가장 어려운 이야기를 가장 쉽게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어렵다"면서 "코미디 연기도 현장에서는 즐겁지만 쉽지 않다. 내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쉽게 접근하는 건 아닌가 하고 자꾸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0~60년대 주로 활동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대사나 주제가 묵직한데 밝은 코미디 소재로 풀어냈어요. 손재곤 감독에게도 한국의 빌리 와일더가 되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연기를 해왔고 누구나 인정할 연기파 배우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자신에 대해 썩 만족하지는 못한 듯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배우가 되긴 됐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도 여전히 숙제예요. 나이 먹어가면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죠. 끝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있을 테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낚시를 많이 해요."

그는 고등학교 때 보고 충격을 받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얘기를 했다.

"과연 연기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한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예술이었어요. 제가 받은 그 느낌처럼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눈물이든 웃음이든 관객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나는 연기를 하지만 나 또한 관객이 돼 연기하는 나를 본다"면서 "10년, 20년 뒤에도 관객으로서 내 연기를 볼 수 있다. 관객으로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게 연기를 계속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다시 충무로의 정상에 우뚝 서고 싶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한석규는 새로운 영화를 하고 싶다고만 했다.

"아유, 저는 복 받은 배우죠. 일찌감치 좋은 기회를 얻어서 좋은 동료를 만났어요. 90년대는 영화에서는 정말 좋은 시대였어요. 저도 '뉴 코리안 시네마'를 꿈꿨고 실컷 했어요. 늘 생각하는 건 새로운 한국영화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조금씩 나이가 들지만 늘 새로운 한국영화에 참가하는 '선수',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kimyg@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