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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연기 못한다는 편견 깨고 싶어요"
2010-11-19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좀비를 소재로 한 화제의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The Walking Dead)에는 한 명의 한국계 배우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주인공은 서울 출생의 스티븐 연(Steven Yeun.27)으로, 연상엽이란 한국이름을 가진 이민 1.5세대다. 그가 연기하는 글렌은 빠른 판단력과 뛰어난 운전실력으로 좀비에게 쫓기는 생존자들을 위기에서 구하는 인물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워킹데드'는 지난달 31일 미국 케이블 채널 AMC에서 첫 방송 당시 올해 현지에서 방영된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다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전세계 폭스채널을 통해 127개국에 방송될 만큼 규모도 블록버스터 못지않다. 국내에서도 폭스채널을 통해 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송 중이다.

대형 시리즈에서 주조연에 해당하는 비중의 역할을 꿰찬 그는 놀랍게도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지 1년밖에 안 된 신인이다.

그는 18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며 당찬 신인다운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이 한국에 가서 해보라고 했지만 미국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기를 잘하는 아시안 배우의 모습을 이곳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5살때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미시간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로 넘어가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코미디 극단 세컨드시티에서 2년간 활동한 그는 작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로 넘어온 지 6개월 만에 오디션을 통해 글렌 역을 따냈다.

"LA에 와도 5~10년 넘게 아무 역할도 못 따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빨리 된 게 아주 신기해요.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어찌된 일인지 실감이 안 날 정도였어요."

원작 만화의 팬이었던 터라 기쁨은 더욱 컸다. 배역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글렌과 닮은 자신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글렌은 가족도 없이 홀로 남겨진 젊은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려 해요. 그 과정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갑니다. 저도 그래요. 항상 잘하려고 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잔소리를 많이 해요. 글렌은 저보다 덜한 편이죠.(웃음)"

감정이 없는 좀비와 연기하는 게 어려울 법도 하지만 그는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세트 디자인과 좀비들을 진짜처럼 만들어서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배우들한테는 그게 제일 좋은 점이에요. 반응만 하면 되죠. 연기할 때는 진짜 겁나기도 해요. 실제 사람이라는 거를 알면서도 감독님이 '액션' 하고 부를 때는 다들 좀비가 되니까요."

그는 이 작품에서 영화 '하트브레이커'에 출연했던 앤드루 링컨,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사라 웨인 콜리스 등과 호흡을 맞춘다.

"제가 제일 젊은 편이에요. 동료배우들이 아주 착하고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서 연기하기 편해요. 다들 프로라 제가 연기에 대해 질문하면 바로 대답해줘요.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쉴 때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논다는 그는 "많이 안 나가서 그런지 특별히 사람들이 알아보는 거 같진 않다"고 수줍게 말했다.

스티븐 연은 대학교 1학년 때 교내 코미디팀의 공연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교내 극단에서 활동하면서 연기를 배웠지만 그의 부모는 그가 의사가 되길 원했다.

"2005년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 부모님이 의학대학원을 가라고 했어요. 그때 연기를 한다고 말씀드리니까 화를 내셨어요. 비싼 돈 들여 공부시켰는데 왜 연기를 하냐고. 그래서 제가 2년만 달라고 했어요. 그러다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은 많이 기뻐하세요."

그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2005년 즈음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목을 많이 받는 걸 보면서 4~5년 후에는 역할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여전히 역할을 따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이민 2세대의 부모들은 대부분 자식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길 원하기 때문에 우리 세대가 배우란 꿈을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서른이 넘어서 연기를 시작하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많아요.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캐스팅되기 어려워요. 제대로 연기도 배우지 못한 상태고 나이도 많으니까 아무래도 경쟁에서 불리해요."

그는 "이 곳의 캐스팅 담당자들은 아시아 배우들이 연기를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LA에 와서 캐스팅 담당자를 만났을 때 제 연기를 보고 놀라더라고요. 별 기대를 안 했던 거죠.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계속 바꿔주면 앞으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좋은 기회가 점점 많이 생길 겁니다."

그는 비나 이병헌, 장동건처럼 국내 톱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언어 때문에 연기를 잘해도 아직 배우보다는 외국인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부나 명예보다는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로서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존경받는 배우가 되는 것.

"신문에 많이 나올 필요는 없어요. 그냥 뭘 하든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요."

한국에서 연기할 기회가 있으면 갈 마음도 있다.

"한국에서 6개월 동안 연기학교를 다니고 싶어요. 한국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많이 좋아해요.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나왔던 송강호씨 연기는 정말 뛰어납니다.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한국에 가면 송강호씨한테 연기를 배우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요?"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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