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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에서 눈칫밥 좀 먹었죠”
2010-11-21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 14일 첫 선을 보인 SBS 4부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연출 장경수, 김종일)는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툰드라의 자연과 현지인들의 삶을 생생한 영상으로 담아내 화제가 됐다.

첫 방송 시청률은 AGB닐슨 수도권 기준 12.3%로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SBS가 창사 2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이 다큐멘터리의 총 제작비는 9억원. 편당 제작비가 일반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2억원을 웃돈다. 사전조사에 13개월, 현지촬영에만 300여일이 소요됐다.

1부에서는 DSLR 카메라인 EOS 5D 마크2로 찍은 툰드라의 광활한 풍광과 현지 유목민 네네츠족의 생활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갓 잡은 순록 한 마리를 그 자리에서 내장과 피까지 먹어 치우는 네네츠족의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장경수 PD는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이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지 않으면 촬영이 불가능했다"며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조건 3일을 재워줘야 한다는 관습 때문에 3일 간은 먹고 자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3일이 지나면 가라고 해요. 그 곳에 계속 머물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야 했습니다."

돈 보다는 노동을 중시하는 네네츠족과 가까워 지기 위해 제작진은 물 떠오기와 얼음 깨기, 아이 돌보기 등 잡일을 가리지 않았다. 네네츠족이 먹는 순록 생고기와 민물고기도 같이 먹었다. 채식주의자인 스태프까지 고기 먹는 데 동참했다.

장 PD는 "먹을거리가 적은 봄에는 음식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였다. 눈칫밥을 좀 먹었다"며 웃었다.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중에는 식구처럼 느껴졌어요. 출연료를 주면서 기계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마음으로 가까워 지는 일이라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또 오라고 하더군요. 전에 유럽 방송이 가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더라고요."

제작진은 가는 데만 꼬박 1주일이 걸리는 현지까지 6번을 왕복하며 그동안 몰랐던 동토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1개월 이상 머물 수 없는 비자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 무작정 들어갔다 공항에서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그는 모든 장면이 새로운 발견이었다고 했다.

"못보던 그림이라 다 새로웠어요. 계절마다 다른 모습들이 나오니까 그것 또한 신비했죠. 자연과 같이 사는 그분들의 생활방식은 우리와 너무 달랐어요. 돈이 필요 없으니 지갑도 필요 없었어요. 문명과 관계된 것들이 크게 필요가 없었죠."

영상 면에서는 5D 마크2의 덕을 많이 봤다. 감도가 좋아 촛불 2개만 켜도 촬영이 가능했다. 조명을 싫어하는 현지인들에게도 적합했다. 크기가 작아 근접 촬영도 수월했다.

그러나 그는 다큐를 5D 마크2로 찍는 것은 거의 미친 짓에 가깝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모든 것이 세팅된 상태에서 촬영을 하는데 다큐는 달라요. 피사체가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초점과 노출을 매번 맞추는 건 신의 경지에 도달해야 가능할 법한 상황입니다."

제작진의 과감한 시도에 시청자들은 툰드라 밤하늘의 오로라와 눈부신 설원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었다.

고대의 자연을 지켜온 툰드라도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네네츠족은 이상기후를 크게 실감하고 있었다. 자연에 삶을 맡기고 사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기후가 많이 이상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여름에 많이 추워지고 겨울에도 일교차가 심해졌어요. 걱정을 많이 하죠. 생계수단인 순록이 기후변화로 이끼가 부족해지면 굶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애초 툰드라를 선택한 이유도 지구의 현실을 대변하는 지역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개발로 위협받는 지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지역인 것 같아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어요. 자연이 사람을 압도하는 지역이라 보존이 잘 되던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자원개발의 대상이 돼버렸어요. 위협 받는 지구의 현실을 대변하는 셈이죠."

다음달 초 '최후의 툰드라' 최종편 방송을 앞두고 MBC에서는 '아프리카의 눈물'이 방송된다.

'아프리카의 눈물' 역시 대형 자연다큐로 화제작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을 잇는 작품인 데다 방송시점이 비슷해 의식이 될 법도 하다.

장 PD는 "두 작품의 결이 다르다고 본다"며 "다큐 팬들에게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물' 시리즈에 대해 그는 "자극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 덕분에 한국 다큐의 수준과 다양성이 힘을 받을 거라 본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한국 다큐가 2가지 점에서 독특하다고 평가해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 내레이션 없이 줌인을 하고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죠. 우리 다큐에는 희로애락이 녹아 있어요. 그런 점이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작품에도 그런 것들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는 "경관 뿐 아니라 사람의 삶이 들어간 이야기가 있는 한국형 자연다큐를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은 분들이 우리 다큐를 보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중요한 가치를 어디다 둘지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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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