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톡톡톡
[김수랑] 뭐든지 연출해보고 싶어요

제10회 퍼블릭엑세스시민영상제 고등부 작품상 수상한 김수랑 학생

올해 10회를 맞은 퍼블릭엑세스시민영상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민 감독 한명을 추천받았다. 이름은 김수랑, 계양고등학교 2학년, 출품작 <풋!고추이야기>로 수상. 제목이 암시하듯 성에 대한 청소년기의 관심을 주제로 만든 영화인데 일반적인 극이 아니라 뮤지컬, 그것도 꽤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 대규모 뮤지컬을 만들었다. 만듦새를 떠나 시도 자체가 격려받을 만하다. 그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만나봤다.

-제10회 퍼블릭엑세스시민영상제에서 수상했다. =고등부 작품상이다. 이 영화제와는 지난해 9회 때 특별한 상을 받게 되어 인연이 깊다. 그때 심사위원들이 영화를 좋게 보셔서 감사하게도 원래는 없던 심사위원 특별상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낸 건 <체스>라는 작품이었다. 올해는 감사한 마음으로 트레일러 자원봉사도 신청했다.

-늘 영화에 관심이 깊었나. =영화라고 말할 순 없고 영상과 춤을 좋아했다. 춤은 힙합댄스나 팝핀 같은 것. 쉽게 춤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는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서 영상을 택하게 됐다. 하지만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뮤지컬을 떠올렸다. 조감독으로 일해준 부평고의 친구 한명과 둘이서 시작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계양고등학교 학생들만 출연한 건 아니다. 각 학교에 공문을 돌리고 오디션도 봤다고 들었다. =포스터를 2천장 뽑았다. 눈에 잘 띄게 만든 다음 일일이 학교를 찾아다니며 반별로 붙였다. 계양고가 속해 있는 인천 지역 42개 중·고를 직접 돌았고, 서울은 온라인 홍보를 했다. 청소년 영상 관련 동아리나 각종 행사 게시판에 홍보문도 올렸다. 여중이나 여고 같은 데 가서 붙이다 쫓겨난 적도 있다. (웃음) 오디션에는 350명 정도가 찾아왔다. 다른 애들도 이런 것에 목말라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오디션 심사에서는 어떤 점들을 보았나. =‘우리 눈으로 보이는’ 배우의 인간성, 실력을 봤다. 우리 눈으로 볼 때 실력은 좋은데 겉멋이 들어 있는 친구들은 제외했다. 오디션 심사를 하면서 드러나는 태도 같은 게 있었다. 42명의 초창기 멤버 중 한명이 가출하면서 우리 팀 때문에 가출한 거라고 핑계를 대서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지만, 실은 미리 부모님 동의서까지 받아오도록 했다. 자기 걸 하겠다는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공동체적인 걸 많이 배웠다. 42명이 전부 다른 학교 학생이었는데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친한 친구들이 됐다. 나중에 배우든 감독이든 되어 다시 만나면 서로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

-이 작품으로 무엇을 표현해보고 싶었나. =큰 의미에서 말하자면 전체적인 청소년의 성가치관을 말하고 싶었다. 주인공이 한두명인 영화라면 오히려 힘들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특정 소수 인물에 대한 스토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조연이 아홉명이다. 그중에는 뚱뚱한 친구, 여성스러운 친구, 사투리 쓰는 친구 등이 있다. 캐릭터가 다양하다. 만들면서는 어지간히 내 고집을 부렸는데, 그래도 친구들의 피드백을 듣고 수정한 것도 있다. 물론 친구들은 내가 내 주장만 내세운다고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 (웃음)

-이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이 가장 즐거웠나. =장르가 뮤지컬이다보니 같이 모여서 중창이나 합창 연습을 해야 했고 연기와 안무를 미리 맞춰야 했다. 스탭끼리 회의도 자주 해야 했고.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40평짜리 지하 에어로빅 학원을 빌렸다. 4주 동안 다들 학교와 학원 끝나고 밤 10시에 모여서 연습하고 아침 7시에 돌아갔다. 그게 기억이 많이 난다. 방학 시작 전에 오디션 진행하고 방학 동안 끝내려고 했는데 결국엔 기간이 늘어나서 개학하고 나서 한달 정도 더 찍었다.

-영화연출에 장기적인 관심이 있나. =궁극적인 목표는 한명의 연출자가 되는 것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무대연출, 공연연출도 생각하고 있다. 어떤 퍼포먼스를 구성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을 상상하고 그걸 염두에 두면서 다시 내가 이런 식으로 연출하면 저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하겠다, 하는 걸 생각하는 것이 나의 연출의 재미다. 그렇게 해서 깨달음을 얻거나 즐거움을 얻거나 하게 되는 것, 그게 연출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영상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아직은 다 가능하다. 연출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공부하고 싶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의 연출도, <아바타> 같은 대형 영화의 연출도, 어떤 무대 행사에의 연출도 다 각자의 다양함이 있는 것 같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