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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와 서스펜스 감칠맛나게 버무렸죠">
2010-11-24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범죄와 코미디의 결합을 의식하면서 만들어요. 제가 쭉 봐 왔던 작품의 영향으로 체화된 것 같아요. 코미디를 많이 하는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같이 가져가면 코미디 효과가 더 증폭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사건에서 시작하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2006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관객 237만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면서 주목을 끈 손재곤 감독이 '이층의 악당'(24일 개봉)을 들고 4년 반 만에 돌아왔다.

문화재 밀매꾼 창인(한석규)이 연주(김혜수) 모녀가 사는 집에 숨겨진 고가의 도자기를 훔치려고 2층으로 이사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긴장감을 밑바닥에 깔면서 상황에 딱 들어맞는 대사로 큰 웃음을 주는 빼어난 코미디 영화다.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한석규-김혜수의 연기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두 사람만 나오면 영화가 압도적이죠. 오히려 다른 캐릭터를 걱정할 정도로요. 두 사람의 앙상블이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손재곤 감독은 "내가 감독되기 전부터 활동하신 분들이라 두 분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이분들이 맡으면 어떻게 흘러갈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한석규씨가 나온 드라마 '서울의 달'을 재밌게 본 분들은 '이층의 악당'에 '서울의 달'을 연상할 만한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아실 거다. 한석규씨는 거기서도 사기꾼 같은 캐릭터"라면서 "김혜수씨는 출연작을 보면 흥행에 상관없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김혜수씨처럼 갈수록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분은 손꼽을 만큼 적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말 '이층의 악당' 시나리오 초고를 처음 썼다가 지난해 다시 쓰면서 작품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 남자가 물건을 훔치려고 세를 들어가고 집주인과 딸의 방해를 받는다는 기본 토대는 같지만, 지금보다 냉소적이고 코미디가 덜 했다고 한다.

'이층의 악당'이 보통의 한국 코미디 영화보다 뛰어난 점은, 평범하면서도 상황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대사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손 감독은 "가능하면 어떤 상황에서 캐릭터가 정말 자연스럽게 할 법한,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대사를 쓰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층의 악당'에서 좋아하는 장면으로 연주가 창인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설전을 벌이는 부분을 꼽았다.

"극적인 상황에서 캐릭터의 속마음이 드러나고 충돌하면서 코미디도 살아나죠. 완전한 코미디보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잘 결합하는 장면이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제일 좋아요."

그는 머리를 많이 쓰지 않고 바로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대사를 함께 넣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성급하게 웃기려고 시도하진 않습니다. 앞부분엔 공을 들여서 캐릭터를 다지고 나서야 코미디를 시작해요. 그런다보니 보통 관객은 낯설어 할 수도 있어요. 코미디는 어느 정도 관객을 편안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사죠.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코미디 대사를 쓰기도 합니다. '이거 코미디예요. 오세요. 괜찮아요.' 이렇게 관객에게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은 창인이 지하실에 갇혀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시퀀스다.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이 몸으로 웃기는 것은 찰리 채플린 영화를 연상시킨다.

"코미디를 조금씩 첨가했는데 주변에서 좀 더 코미디가 두드러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작정하고 집어넣었어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코미디보다 유독 지하실 장면이 두드러져서 영화 전체를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했어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싶어요."

손 감독은 고등학생 때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일찍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 후에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년 코스의 연출 과정을 밟으면서 영화에 입문했다.

"감독 지망생일 때 알프레드 히치콕과 우디 앨런의 작품을 반복해서 봤어요. (제 영화에는) 그 영향이 확실히 있죠. 히치콕의 중요한 작품 특성은 범죄, 서스펜스, 로맨스죠. 항상 러브스토리가 있고 서스펜스만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작품에 유머가 있어요. 제 영화와 일치하는데 서로 배합하는 비율이 다르죠. 저는 코미디에 치중하는 편이구요."

오랜 감독지망생 시절을 거쳐 만든 최강희ㆍ박용우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은 순제작비가 10억 원에도 못 미치는, 당시로서도 이례적인 저예산 영화였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극장에서 개봉할지도 불투명했지만 긴장감과 웃음을 독특하게 버무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지만 다음 영화를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은데 감독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다른 영화를 진행하다가 잘 안 돼서 2년 정도 시간을 보냈다. 대본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대본 쓰는 시간도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다음 작품이요? 범죄와 코미디가 결합한 유형의 아이디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대본도 받아보고 있죠. 대본을 직접 쓰면 최소한 1년은 걸리는데 좋은 게 있으면 좀 줘 보세요."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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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