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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백지상태 만들고 싶어요">
2010-12-01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사람을 여럿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이웃집 남자와 연애를 하고('달콤, 살벌한 연인'), 술 취해 선생님에게 전화하거나 오빠 결혼식장에 낯뜨거운 현수막을 건다.('애자')

배우 최강희는 이처럼 평범하지 않고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새 영화 '쩨쩨한 로맨스'(1일 개봉)에서 그가 맡은 다림 역도 최강희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다.

성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책에서 읽은 지식만으로 섹스 칼럼을 쓰고 자신이 만난 남자들은 잠자리에서 3시간은 기본으로 채운다며 허풍을 떤다.

"다림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또 금방 꼬랑지를 내려요. 주관도 세고 잘 나지도 못했지만 자기 잘난 맛에 살아요. 항상 힘차고 살아있어요. 나와 기본적으로 달라요."

지난달 3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는 다림 캐릭터가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 들어맞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 선택을 잠깐 망설였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역할을 하면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기 어려울 거란 생각 때문에 고민했지만 또 다른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끝을 쳐본 적은 없어요. 조금 귀여운 것도 해봤고, 조금 착한 것도 해봤고, 조금 발랄한 것도 해봤어요. 하지만, 대놓고 귀여운 척한다든가 완전 밉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참에 끝을 쳐본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스토리 작가 다림이 만화가 정배(이선균)와 함께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사랑을 키워간다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등 낯뜨거운 대사가 많다.

최강희는 "노골적인 대사를 할 때는 금기를 깨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면서 "여자들은 여성지의 (섹스 관련) 칼럼도 미용실에서 잘 못 본다. 그런데 그런 걸 마음껏 말하니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선균과 2년만에 다시 만났다. 최강희는 "그때 못 친해져서 이번에도 여전히 긴장되고 떨렸다"면서 "왠지 더 정다운 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림을 연기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처음 영화 팀을 만났을 때부터 다림이로서 갔어요. 처음 촬영할 때부터 마지막에 더빙할 때까지 (다림이 즐기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녔죠. 노래방에서도 저는 원래 춤추고 노래하는 걸 잘 안 하는데 다림이를 흉내 내면서 그렇게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최강희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따뜻하게 끝나요. 행복한 기운이 있죠. (관객이) 너무 복잡하지 않고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할 것 같아요."

'애자'(2009)에 관객 198만명이 들었고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이 238만명을 기록했다면서 자신을 "8만 배우"라고 칭했다. "이번엔 못해도 298만명까지 가고 싶어요."

최강희는 촬영을 끝내고 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매일 영화 4편씩 봤을 정도로 영화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부산영화제에서 '카모메 식당' '안경' 등의 영화를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토일렛'을 특히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 감독님하고 같이 해보고 싶어요. 근데 저를 좋아하실까요? 너무 센 걸 많이 해서…"

전형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드라마로 치면 여주인공의 전형은 밝고 착하고 잘 울고 굳세다"면서 "여배우의 정석 같은 연기를 내 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없어져 보고 싶어요. 생각을 해봤죠. 예를 들어 제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올 수 있는 얼굴인가요? 좀 어색하잖아요. 한번 빼 보고 싶어요."

튀는 캐릭터가 아닌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자신을 색을 뺀 백지상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빨간 캐릭터도 하고 초록 캐릭터도 했으면 하얀 상태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강희는 귀엽고 발랄하고 보이시한 자신의 이미지가 원래 모습과는 다르지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 동안 몇 차례 언급했던 말이지만 최근에는 뜨개질을 배워 친구들에게 목도리를 선물한다고 한다.

그는 때론 턱을 괴고 문장 사이에 뜸을 들이기도 하면서 차분한 태도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최강희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얘기로 답을 대신했다.

"극장에서 뭘 볼까 하다가 그 영화 팸플릿을 봤는데 '감독, 배우의 재능과 사랑에 빠지다'라고 써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봤는데 스칼렛 요한슨과 소피아 코폴라 둘 다 너무 행복했을 것 같더라고요. 정말 부럽더라고요. (감독과 배우가) 잘한다고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게 아니라 기호가 같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100퍼센트의 서로를 만나서 사랑하듯이…."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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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