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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 "이제 연예인 돼 가는 거죠">
2010-12-05

(옥천=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2005년 중국 여행지가 등장하는 한 항공사의 광고를 통해 처음 데뷔한 하석진(28)에게는 '엄친아'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학생의 중국 여행이 콘셉트인 이 광고에서 하석진은 현지인들과 '니하오'라는 인사를 상냥하게 나눈 뒤 "산이란 올라갈 땐 타인이지만 내려갈 땐 친구가 되는 곳"이라는 '훈남스러운' 멘트를 던진다.

잘 생긴 외모의 이 대학생 모델이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인재라는 소식까지 알려지자 공학도이던 그는 드라마와 영화의 잇단 러브콜을 받아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닥터 갱' '행복합니다' '밥줘' '거상 김만덕' 같은 드라마와 '못말리는 결혼' '여름, 속삭임' 같은 영화가 필모그래피를 채워갔다.

그로부터 5년 동안 훈남 혹은 모범생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그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다. tvN의 시트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생초리)와 MBC 예능 프로그램 '여우의 집사'에 출연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얼마 전부터 하석진은 '트위터'를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팬들과의 교류에 직접 나서고 있다.

최근 '생초리'의 촬영이 진행 중인 충북 옥천에서 만난 하석진은 "연예인이 되어가는 거죠"라며 밝게 웃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트위터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이나 지금 생각하면 다 소통을 위한 것인데 예전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하면 제 아이덴티티가 무너진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어색하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팬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생초리'에서 그가 맡은 역은 천재 펀드 매니저 조민성이다. 그동안 주로 정극에서 차가운 이미지로 승부했지만, '생초리'에서는 천재였지만 어느 순간 숫자 개념이 없어진 인물로 망가지는 '변신'을 한 셈이다.

그는 "'생초리'는 시트콤이지만 정극에 가깝다. 슬랩스틱이나 과장된 모습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극 연기를 하고 있다. 엉뚱한 모습이 보이지만 나는 끝까지 진지해서 웃음이 나오는 역할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4회 방송에서 하석진은 술주정이 심한 여직원 은주에게 인중을 맞아 퉁퉁 부은 입술로 등장하며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모니터링를 하고 있다가 제 모습을 보고 소리를 내지를 정도로 깜짝 놀랐어요. 인중이 흉하게 부어오른 게 꼭 원숭이 한 마리가 화면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망가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방송 뒤에는 '인중 한번 맞을래?'라는 농담을 친구들에게서 줄곧 듣고 있습니다."(웃음)

시트콤 출연만큼 하석진에게는 리얼버라이어티인 '여우의 집사'에 출연한 것 역시 큰 변화다. 남자 연예인들이 여배우들의 집사 역할을 한다는 설정의 이 프로그램에서 하석진은 류시원, 세븐, 박휘순 등과 함께 집사로 활약하고 있다.

하석진은 "영화 홍보차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너무 괴로웠다. 노래에 춤에 자꾸 장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내 성격이랑 너무 안 맞았다"며 "하지만 '여배우의 집사'의 기획서를 보고는 이 정도라면 팬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남들만큼 웃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부딪쳐 보니 예전부터 예능을 하시던 분들의 센스를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 솔직히 적응이 어렵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남이 해달라는 것 다 해주는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내 성격을 잘 가미해서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볼 생각입니다."

하석진은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갑작스럽게 옆 자리의 사람이 억지로 합석하는 것도 불편하고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연기와 연예계 생활의 '다이내믹함'이 이런 불편을 넘어서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생활하는 친구들에 비해 안정감은 덜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은 다이내믹함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솔직히 저는 노력형이거든요. 전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저도 그걸 느끼면서 점점 욕심이 생깁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연기자의 꿈을 꾸고 살아온 사람들과 같은 카메라 안에서 연기하는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노력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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