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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ㆍ생초리의 '미친 존재감' 김학철>
2010-12-05

(옥천=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광화문 전광석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삼진증권의 사장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도록 강요한다.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내 사무실이 있는 20층까지 5초 안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장례식장에서도 빛의 속도로 절을 2번 한 뒤 "상심이 크시겠네"와 "가자"를 쉼표 없이 내뱉을 정도다.

바로 첫회 이후 줄곧 1%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작은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케이블 채널 tvN 코믹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이하 생초리)의 박규 사장에 대한 설명이다.

박 사장 역을 맡은 배우는 30%대 고공 시청률 행진을 하고 있는 SBS '자이언트'를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중견 배우 김학철(50)이다.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중요한 때에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오병탁 의원이 '자이언트'에서 그가 맡았던 역이다. 최근 조필연(정보석)에 의해 죽음을 맞자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자이언트'와 '생초리'로 연타석 안타를 치고 있는 김학철을 최근 '생초리'의 촬영장인 충북 옥천의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났다.

김학철은 '생초리'에 대해서는 "열 살배기 아들이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보니 연기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자이언트'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존재감 있는 두꺼운 연기를 했던 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며 드라마 속 대사를 줄줄 읊었다.

1978년 재수생 시절 현대극단 연구생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선 그는 30년 넘게 연기라는 한 길을 가고 있다. "모든 배우 시험은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인생 이야기도 들려줬다.

◇ 생초리.."입술 깨물고 웃음 참으며 연기 中" = '빨리박규'라는 별명이 생겼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트위터에 팬들이 적은 글을 보여주던 그는 "드라마 속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웃음을 참으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코미디이지만 정극처럼 해달라고 주문했거든요. '억지로 웃기지 마라' '과장하지 마라'면서요. 심플한 상황이라서 더 큰 웃음이 나오는 거죠. 근데 상황이 너무 웃겨요. 아까도 머리가 다 벗겨진 마을 청년회장이 (소심하게) 울면서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웃긴거에요. 이빨을 꽉 물고 박규 사장으로 대사를 했죠. '저거 저거 왜 저러는데…'라고."

그는 "늦둥이가 '생초리'를 보다 웃으며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을 이었다. 김학철은 2002년 결혼 14년만에 어렵게 외아들 요셉을 얻었다.

"'자이언트'는 좀 무거운 드라마라서 이 정도까진 아니었거든요. '생초리'를 보면서는 아주 뒤집어지는 거에요. 같이 '생초리'를 보다가 떼굴떼굴 구르는 모습을 보니 정말 즐거워지더군요."

김학철은 '한순간 나와도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되자'는 게 연기 인생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생초리'의 첫회대본을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정도까지 달달 외고 또 외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것은 크고 작은 역을 통해 꾸준히 연기를 해 온 그의 몸에 밴 노하우다.

그는 "한순간이 되더라도, 몇 초가 되더라도 어떻게 하면 시청자나 관객에게 평생 못 잊을 강한 인상을 줄까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했다.

"'자이언트'에서는 조필연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 조필연이 파멸의 길을 가는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돼야 했거든요. '난 양심은 있지만 가책은 없는 사람이다'라거나 '나는 역사를 거스를 생각도 없고 권력에 등을 돌릴 마음도 없다'는 대사는 오병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고 저도 가장 힘을 줘서 연기한 대사에요."

◇ "30년 연기 인생 이제 티켓 하나 얻은 느낌" = 서울예대 79학번인 그는 타고난 '노안' 덕에 20대부터 50대 인물을 연기했다.

20대 때에는 대학 1년 선배인 박상원이 첫 사랑을 나누는 대학생을 연기할 때 '전설의 고향'에서 50대 인물을 연기했고 40대 초반에는 '야인시대'에서 60대 조병옥 박사 역을 맡았다. '자이언트'의 오병탁 역시 실제로는 8살 연상인 이덕화보다 10살 정도는 나이가 많은 설정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내 나이를 못 찾은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는 그는 "하지만 덕분에 나이의 굴레를 뛰어넘는 탄력성을 가진 배우가 됐다"며 "연기를 30년 하니 티켓 하나를 얻은 것 같다"는 말을 들려줬다.

"어떤 연기에도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티켓이 하나 생긴 것 같아요. 뭔가 깨우쳤다고 할까요, 아니면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이젠 지금 시대에 제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역할을 한번 강렬하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동안의 연기 인생에서 100개의 카드가 생겼다면 그 중 20개 정도만 쓰고 아직 80개의 카드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는 그는 "성격 급한 '생초리'의 박규 사장과 달리 내 연기 인생은 긴 호흡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배우 시험이라면 전부 다 치러봤는데 다 떨어졌었거든요. 그때 방송국 공채 시험에 붙었던 사람 중에서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걸요? '루저'였는데 포기하지 않았더니 여전히 배우로 살고 있는거죠."

"항상 배우가 되고 싶었고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는 그에게 어떤 역을 해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웃는 얼굴이었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마론 브란도 얘기가 흘러나왔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같은 영화에서 제 나이대의 배우가 할 수 있는 그런 남성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적나라하게 나체로 출연하더라도 관객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수 있고 상처받은 인간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남기고 싶습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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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