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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안성맞춤 영화 <크리스마스 스타!>
김용언 2010-12-22

특정한 시즌에 특정한 노래나 영화, 혹은 책이 새삼스럽게 인기를 모으는 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1년 중 단 하루라도, 다른 때 같았으면 유치하다고 웃어넘겼을 단어들이 갑자기 실감나게 피부에 와닿는 순간은, 이날 하루만이라도 핑계삼아 순해지고 착해지고 싶은 의지다. 사랑과 평화, 용서와 관용과 축복, 그런 단어들. 올해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의 개막작이었던 <크리스마스 스타!>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안성맞춤 영화다.

연인 제니퍼(애슐리 젠슨)는 할리우드로 떠났다. 한때 연기자의 꿈을 불태우던 폴(마틴 프리먼)은 이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무 의욕없는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너무너무 하기 싫은 학교 성탄극까지 연출해야 한다. 그러다가 별 의미없이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거짓말. 이 공연을 보러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온다는 폴의 거짓말이 온 마을에 퍼지면서 학교와 마을은 난리가 난다.

물론 크리스마스를 싫어할 수도 있다. 12월 내내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반짝이 조명과 사람들의 흥겨운 표정 사이를 불만에 찌든 얼굴로 헤치고 가는 폴의 모습은 꽤 실감난다. 그러나 성탄극 오디션장에서 치열하게 장기를 뽐내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다보면 냉담한 마음도 저절로 풀어진다. 숨을 참은 지 3초 만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아이, 겨드랑이로 굉음을 낼 수 있는 아이, 셔츠 자락을 풀어헤치며 느끼한 비보잉을 선보이는 아이. 데비 아이싯 감독은 실제로 연기 경험이 없는 평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치르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대사,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놀랍고 재능이 넘치며 눈부시게 빛나는 별 같은 존재입니다”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바로 그런 꾸밈없는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 배경음악으로 변주되는 다양한 캐럴들은 어느덧 관객을 (즐거운 의미에서) 세뇌시키거나 무장해제시키는 데 이른다.

<BBC>드라마 <오피스>와 <셜록>으로 유명한 배우 마틴 프리먼이 심각함과 귀여움을 넘나드는 매력을 선사한다. 여담으로, 성탄극이 열리는 장소인 코벤트리 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유명한 유적이다. 장르소설팬이라면 코니 윌리스의 수다스런 SF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그 배경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반가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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