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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길라임..얼굴은 절대 안보여주죠"
2010-12-26

(파주=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다모' 때부터 지원이 언니 팬이었는데 대역을 하게돼 정말 영광입니다. 게다가 스턴트우먼 이야기잖아요. 대사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 TV 주말극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은 이렇게 말하며 진심으로 감격스러워했다.

그런데 이 길라임은 우리가 TV 화면에서 보는 하지원이 아니라 그의 대역을 맡은 스턴트우먼 유미진(21)이다. 그도 분명히 길라임이다. 다만 얼굴 없는 길라임이다.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추락한 지난 23일 저녁 경기 파주 헤이리 서울액션스쿨에서 그를 만났다.

시청률이 30%에 육박하고 '길라임, 김주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은 스턴트우먼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으로, 드라마는 스턴트우먼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워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이날 유미진은 드라마의 주 무대로 등장하는 액션스쿨에서 길라임이 남자 동료들과 고난도의 훈련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드라마 촬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까닭에 이날 취재진의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남자 동료 8명을 상대로 1대 8 격투신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발차기와 주먹질은 물론이고 물구나무서서 가격하기, 상대 등 짚고 넘어가 돌려차기, 상대 목에 발로 매달려 회전하기 등 위험한 액션이 수차례 반복됐다. 그녀의 발차기에 남자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합을 짜서 하는 가짜 액션이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얼굴 정면을 가격당했고 등으로 바닥에 떨어지는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일어나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파서 얼굴을 살짝 찡그리기는 했지만 아프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가 촬영을 하고 나면 똑같은 복장과 헤어를 한 하지원이 나타나 같은 연기를 펼쳤다. 다만 좀전과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유미진은 절대 얼굴을 보이면 안되지만 하지원은 얼굴이 잘 드러나야한다는 것이다.

유미진이 카메라를 피해 계속 고개를 돌렸다면 하지원은 제작진으로부터 "얼굴이 더 잘 나오게 다시 찍읍시다"라는 말을 들었다.

또 여배우 중 액션에 재능이 있는 하지원이지만 어려운 동작은 오롯이 유미진의 몫이다.

유미진은 자신의 몫을 촬영한 후에도 하지원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옆에 대기하며 시범을 보였다. 액션 촬영할 때만큼은 하지원과 2인1조가 돼 똑같이 바쁜 것이다.

이렇게 모든 액션을 유미진과 하지원, 두 길라임을 오가며 촬영을 해야하니 다른 신에 비해 시간은 배로 걸릴 수밖에 없었다.

"운동이 너무 좋았어요. 5살 때 엄마 손잡고 체육관 옆을 지나가는데 도복 입은 오빠들이 너무 멋있어서 그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육상부, 축구부 활동을 하며 운동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유미진은 현재 합기도 4단, 태권도 3단, 격투기 2단, 검도 2단이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163㎝의 다부진 체격에 어려운 액션을 척척 소화해냈지만 마주 앉으니 앳된 얼굴의 순박한 아가씨였다.

"춤도 좋아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댄스팀을 꾸려 전국 댄스경연대회 등에 출전해 입상했어요. 주로 힙합을 췄죠. 대학은 체대에 진학했고 졸업하고는 합기도, 태권도 체육관 사범을 했습니다. 여자 사범이 귀해 학부형들한테 인기였죠."

그런 그가 돌연 지난 4월 상경했다. 운동을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감행했다. 그리고 한국영화계 액션배우를 대표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액션스쿨 14기로 입학했다.

"사실 청와대 보디가드나 특전사 입대를 꿈꿨어요. 그런데 시력이 안좋아 안되더라고요. 그런 뒤에는 운동을 더해 실력을 더 키우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물에 가야겠더라고요. 배우로 화면에 나가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제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액션배우는 하고 싶었어요."

6개월의 훈련을 마치고 처음으로 투입된 일터가 바로 '시크릿가든'이다.

"너무 운이 좋았죠. 이렇게 큰 작품에서, 그것도 내 얘기를 하는 역할을 맡았잖아요. 스턴트우먼 역이라 차량 액션, 오토바이 액션, 자전거 추격신 등 다양한 액션을 단시간에 경험하고 있어요. 그런데다 제가 봐도 대사, 내용, 행동 등이 정말 리얼해요. 저희 엄마는 보시면서 '길라임이 하는 게 소름끼칠 정도로 너랑 똑같다'고 하세요. 운동하는 여자들이 대개 무뚝뚝하고 남자같잖아요. 걸음걸이도 터프하고…."

액션스쿨에 14기로 입학한 40명 중 졸업한 사람은 24명이고 현재 액션스쿨에 남아 액션배우의 길을 걷는 이는 10명이다.

"솔직히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잖아요. 몸을 다쳐가면서 돈을 벌어야하고.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액션이 좋고 열정이 있어서 하는 거죠. 극중 길라임의 '이 일이 내 심장을 뛰게 하니까'라는 대사가 진짜 제 마음이에요. 전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는 '시크릿가든' 초반 길라임이 백화점 2층에서 거꾸로 뛰어내리는 와이어 액션신을 찍었다. 이 장면은 하지원의 얼굴과 함께 멋지게 방송됐는데 유미진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냥 뛰어내렸어요. 제가 제대로 못하면 체구가 작은 남자 스턴트맨이 여자 옷을 입고 했겠죠. 사실 위험한 액션은 남자 스턴터맨에게 주로 시켜요. 하지만 당시 김민수 무술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셨고 먼저 시범을 보여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시크릿가든'을 시작으로 그는 드라마 '볼수록 애교만점'과 '근초고왕' '앙심정', 영화 '마이웨이'와 '푸른소금' 등의 촬영에도 투입됐다. 여성 배우가 액션을 할 일이 별로 없어 대부분 남자 대역을 했다.

"사실 스턴트우먼의 역할이 한정돼 있는 데다 여배우들이 너무 말라서 제가 관리를 못하면 자칫 마른 남자 스턴트맨에게 여배우 대역조차 뺏기게 됩니다. 또 아무래도 어려운 액션은 여자보다 남자가 잘하고요. 하지만 분명히 여성스러운 선이나 스타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턴트우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스턴트우먼도 반연예인이라 생각하고 자기 관리를 잘해야합니다. 저도 이 작품을 위해 8㎏을 뺐어요."

그의 옆에 앉은 김민수 감독은 "현재 국내에는 연습생까지 20명 정도의 스턴트우먼이 활동하고 있는데 미진이의 실력이 웬만한 남자보다 좋다. 의욕과 열정도 대단하다"며 "무엇보다 안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유미진은 하지원에 대해 "지원이 언니는 정말 액션을 잘한다. '언니 때문에 나 스턴트 그만둬야겠다'는 말을 종종할 정도"라며 "언니가 액션을 많이 해봐서인지 저희가 힘든 것을 알아주고 항상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시크릿가든'의 어떤 결말을 꿈꿀까.

"멜로는 모르겠고, 실제로 길라임이 자신의 바람대로 할리우드로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꿈을 꾸거든요. 결말이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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