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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금 "'시크릿가든', 내 자존심 살려줘">
2011-01-11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너무 행복합니다. '시크릿 가든'은 제 자존심을 살려준 드라마예요. 배우로서 사랑을 못 받으면 슬픈 일인데 이렇게 사랑받으니 행복합니다."

탤런트 박준금(49)이 SBS TV 주말극 '시크릿 가든'의 문분홍 여사로 인기몰이 중이다. 극중 김주원(현빈 분)의 백만장자 엄마로, 화려하고 도도하며 두려울 것이 없는 귀부인인 문분홍은 금쪽같은 아들이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에게 빠지자 둘을 떼어놓기 위해 갖은 '독한 짓'을 하는 인물이다.

과장된 헤어스타일과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보이는 패션으로 일견 코믹함을 주는 한편, 고고하면서도 표독스러운 표정과 칼보다 매서운 독설로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문분홍 여사는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해 개성강한 캐릭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마지막 두 회의 대본이 안나와 촬영을 하루 쉬게됐다"는 그를 만났다.

극중 이름처럼 핑크빛의 화려한 드레스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실제로 핑크색을 가장 사랑하는데 배역 이름이 분홍이라는 소리를 듣고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분홍색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며 "이참에 이름을 아예 연분홍으로 바꿀까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사람들이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갖고 싶었는데 '연분홍'이 어떠냐"며 웃었다.

◇독설 강도에 비례해 인기 상승 = 문분홍 여사의 인기는 그가 길라임을 앉혀놓고 내뱉는 독설의 강도에 비례하고 있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이고 길라임을 매번 처참하게 깔아뭉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박준금은 문분홍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심지어 사랑스러운 악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문분홍은 상위 0.1%에 해당하는 집안의 상속녀예요. 마치 여왕처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죠. 품위가 있고 굉장히 유식한 척을 하기 때문에 말할 때도 범상한 언어를 쓰지 않아요. 을, 를 같은 조사를 잘 안 붙이고 딱딱 끊어지게 말을 해요. 마치 표어처럼. 그래서 대사 외우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최근 몇주간은 대본이 촬영 당일에 나오는데다 제 대사는 엄청 많아져서 매번 미친 것처럼 외우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내가 어찌 저 많은 대사를 외웠나 싶은데 연기해놓고 보니 너무 주옥같은 대사가 많더라고요."

그는 "17회(8일 방송)에서 길라임에게 퍼붓는 대사가 5장이더라. 그런데 촬영장에 가니 대사가 추가되기까지 해 정말 많이 떨렸다. 지원이에게 '라임아 어쩌면 좋냐'고 했더니 '그냥 허락해주세요'라고 농담하더라. 그래서 나도 '하다가 대사가 기억이 안나면 '너네 그냥 같이 살아라'라고 할 거야'라고 말하고 시작했다"며 웃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독한 말들을 토해낼 때는 그도 마음이 아프다.

"항상 마음이 아파요. 우리 아들 놓아달라고 하며 라임이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도 그랬고, 주원이가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집에 왔을 때 침대 옆에서 한 대사는 읽을 때마다 목이 메이더라고요. 아마 분홍이도 독한 말을 하면서 라임이랑 같이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겁니다. 극중 주원이의 죽은 아버지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지만 보아하니 분홍이에 비해 조건이 딸렸던 사람 같아요. 그런 사람을 분홍이도 사랑해서 주원이를 낳았을테니까 사랑이 뭔지는 아는 여자라고요. 그러니 자기가 하는 말이 얼마나 아픈지 알죠."

◇12년 공백 깨고 2005년 복귀..5년 만에 인기 회복 = '시크릿 가든'의 젊은 시청자들에게 박준금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문분홍 여사지만 그에게는 1982년 데뷔해 10년간 인기를 누린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경희대 무용과 재학 중이던 1980년 '국풍80' 행사에 참여했다가 KBS PD의 눈에 띈 그는 그로부터 2년 뒤인 1982년 KBS 연속극 '순애'의 여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되며 연기자의 길을 걷게됐다. 당시 '순애'는 여주인공이었던 원미경이 개인사정으로 16회 만에 하차하면서 대타를 급하게 구해야했고, 박준금은 '국풍80' 때 만난 PD의 추천으로 카메라 테스트를 받자마자 다음날부터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제가 연기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PD님이 수소문해서 집으로 전화를 하더니 무조건 방송국에 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중간고사 기간이라 못간다고 하는데도 계속 부탁하길래 마음이 약해서 결국 갔어요. 영문도 모르고 갔는데 카메라 테스트를 하더니 바로 주인공을 맡으라고 하더라고요. 전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주인공이라니까 한번 해볼까 싶더라고요. 제가 깡은 좀 있거든요.(웃음)"

그렇게 얼결에 투입된 '순애'는 높은 인기에 연장까지 했고 그는 결국 60여회를 출연하게됐다. 이후 '보통사람들' '사모곡' '즐거운 우리집' '토지' 'TV 문학관' 등의 작품을 통해 인기를 이어간 그는 결혼과 함께 본의아니게 활동을 중단하게됐다.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12번 유산했어요. 모두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는데 다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이혼했죠. 그전까지는 안되는 일 없이 잘 살아왔던 제가 처음으로 인생에서 벽을 만나게된 거였죠. 생명은 하늘이 주시는 거라 인력으로는 안되더라고요."

이혼 후 그는 2005년 SBS '사랑과 야망'에서 홍조(전노민) 엄마 역을 맡아 1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이후 '날아오르다' '녹색마차' '세자매' '그대, 웃어요' '순옥이'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돌아왔는데 아무도 날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냉혹한 현실 앞에서 '꼭 다시 올라서고 말리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시크릿 가든'을 만났어요. 너무 고맙죠.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배우가 너무 많은데 '시크릿 가든'은 제게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작품입니다."

그는 "사실 결혼 전에는 배우로서 사명감도 별로 없고 대타로 데뷔해 남의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지금은 연기야말로 내 인생을 마감할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멋지게 해보려고 한다"며 "복귀 후 지금의 위치는 누구의 대타가 아니라 온전히 내 힘으로 쌓아올린 것이라 더 값지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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