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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1승을 향한 집념..'글러브'
2011-01-11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팀이 있다. 하지만, 단 1승이 목말라 '다음에는 기필코~'를 외치며 절차탁마하는 팀도 있다.

'다음에는 기필코~'를 외쳤던 팀이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꼴찌의 반란'을 일으킬 때, 스포츠는 감동의 드라마가 된다.

영화 '글러브'의 지향점도 감동의 드라마다. 한때 최고의 투수였지만 퇴물로 전락한 코치와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우들이 엮어가는 전국대회 1승의 이야기.

프로야구 최고 투수 김상남(정재영).

잦은 음주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그는 결국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남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매니저이자 오랜 벗 철수(조진웅)의 계획에 따라 청각장애 야구부의 임시코치를 맡는다.

예상했듯 야구팀은 엉망이다. 별 볼 일없는 투수와 타자로 이뤄진 팀은 연습경기에서 0-32라는 믿기 힘든 점수 차이로 패할 정도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리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본 상남은 냉소를 걷어 던지고 진지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글러브'는 본격 스포츠 영화다. "글러브(GLOVE)에서 G만 빼면 사랑(LOVE)"이라는 상남의 말처럼, 영화는 야구에 대한 사랑이 넘쳐흐른다.

어깨가 망가져 다시 공을 던질 수 없을지도 모를 순간에도 미트에 공을 꽂고 싶은 투수의 마음, 망가질 줄 알면서도 계속 던지게 하는 코치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상업영화답게 영화는 눈물샘을 자주 자극한다. 야구를 그만두려는 친구를 막으려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동자를 카메라가 비출때, 평생을 함께해 온 상남과 철수가 야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후 서로를 부둥켜안을 때, 흐르는 눈물을 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고즈넉한 가을 저녁 투구연습에 몰두하는 아이를 보며 옛 추억에 젖어드는 상남의 표정,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고 또 달리는 아이들의 지친 허벅지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밟는 건 괜찮은데 일어서는 힘마저 빼앗는 건 안되잖아"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가슴으로도 듣는 거다"와 같은 대사의 힘은 '글러브'를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반열로 끌어올린다.

정재영의 연기는 이제 물이 올랐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진지한 장광설에 이어진 망가지는 코미디를 그만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충무로에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끼'에 이어 정재영과 호흡을 맞춘 유선도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영화에 얹어주며 조진웅의 물기 섞인 코미디도 감동을 더한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강우석 감독의 작품답게 중간 중간 소소한 웃음거리들이 풍부하다. 주로 정재영의 코미디가 빛을 발하는데, 영화 중간 어느 로맨틱코미디를 패러디한 장면은 포복절도감이다.

힘의 강약조절과 리듬감은 아쉽다. 상황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가는 후반부의 완보는 전반부에 끌어올린 감동을 반감시킨다. 좀 더 빠른 호흡으로, 단정하게 촬영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잉으로 치닫는 감정도 흠이라면 흠이지만 상업영화의 견지에서 보면 나쁜 선택은 아닌 듯싶다. 상영시간은 145분.

1월20일 개봉. 전체관람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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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