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김비서' 김성오 "귀엽다는 말 부끄러워">
2011-01-20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아저씨' '자이언트' '시크릿가든'.

지난 한 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대중을 사로잡은 작품들이다. 배우 김성오의 출연작이기도 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김성오는 이 작품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특히 '시크릿가든'에서 그는 발랄하고 귀여운 '김비서'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든 남자 김주원(현빈)도 극중에서 그의 본명을 친히 불러주며 그의 존재감 부각에 일조했다.

그가 '자이언트'에서 잔인한 사채업자 차부철, '아저씨'의 냉혹한 장기밀매업자 종석을 연기했단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김성오는 19일 인터뷰에서 아직 '시크릿가든'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문득문득 아영(유인나)이가 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요. 아영이랑도 처음에는 친해지지 못하다 끝날 때 많이 친해졌는데 지금 아마 다시 찍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은 주원이나 라임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크릿가든'에서 김비서는 김주원에게 충직한 직원이자 친구였다. 김주원에게 주눅들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때로 짜증을 겉으로 드러내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여느 비서와는 다른 귀여운 캐릭터였다.

"귀엽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요. 귀엽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닌데… 그냥 비서에 대한 고정관념대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얘도 자기 인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얘는 성이 김이고 이름이 비서야. 마침 비서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설명했어요. 제 경험에 빗대어 봤을 때 이런 사장 밑에서 비서로 살아남으려면 어눌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촬영분의 80% 이상을 현빈과 함께 했다. 그와 현빈이 함께 등장할 때는 친구 같은 편안함이 브라운관에서 느껴졌다.

"첫 촬영 때는 어색했어요. 2~3회 지나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 어느 때부턴가 현빈씨 눈빛에서 김주원이 보이더라고요. 나한테 뭐라고 잔소리는 하지만 마음이 묻어나는 눈빛이었어요. 그때부터 정말 편해졌어요."

그는 현빈을 프로페셔널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2~3일 날을 새는데도 쓰러지지 않고 연기를 한다는 것에 놀랐어요. 솔직히 제작진 중에는 현빈씨가 쓰러져서 병원 가는 걸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을 거에요. 그렇지만 모든 연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고 해병대 가서도 훌륭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빈에 앞서 그는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과 호흡을 맞췄다. 비록 원빈의 손에 죽음을 맞는 악역이긴 했지만 사실적인 연기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원빈 씨와 같은 작품을 하게 된 것은 복이라 생각해요. 원빈 씨는 항상 저에게 스타였는데 동등한 위치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막상 만나보니 부끄러워하고 말도 별로 없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친해지면 장난을 잘 쳐요. 저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는데 그런 점이 좋았어요."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톱스타와 잇따라 작업한 것에 대해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김성오에게 두 사람은 톱스타이기 전에 인간적인 배우였다. 원빈을 빈이형, 현빈을 빈이라고 부르는 그에게서 둘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빈이도 힘든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저와 얘기가 잘 통했어요. 무엇보다 열심히 하려는 열정이 많은 친구에요. 일을 할 때 일에 집중하고 쉴 때는 현빈이기 전에 인간 김태평(현빈의 본명)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빈이형과 빈이 두 사람 모두 사람 냄새가 나서 좋아요."

지금은 히트작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그가 맡았던 역할은 험상궂은 놈, 어깨, 제비 등이었다.

2000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그는 10년 가까이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무명 연기자로 살았다. 2009년 SBS 공채 탤런트가 됐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매니저 없이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손수 챙겨야 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해낼 자신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시기가 전역을 앞둔 때였다.

"제대할 때 즈음 서른살까지 후회없이 해보자고 결심했죠. 서른살이 돼서도 이뤄놓은 것이 없으면 미련없이 다른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서른살이 되니까 연기에 빠져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름은 알리진 못했지만 처음에 배기량 800cc로 시작했다면 그때는 4500cc까지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35살까지 해보자고 했죠."

올해 그의 나이 만 33살. 35살이 되기 전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목표는 이룬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는 그는 "시키는 걸 마다않고 한 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

"영화 '더 록'에서 에드 해리스가 했던 하멜 장군처럼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악역을 했으면 좋겠어요. 혹자는 악역 전문 배우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믿고 악역을 맡긴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악역 얘기가 나오자 그는 김비서가 김주원을 해칠 수도 있었다는 음모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사실 '아저씨'의 종석이나 김비서가 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내면에 다들 그런 극단적인 모습이 있잖아요. 제가 김비서를 이렇게 연기하지 않았다면 나쁜 쪽으로 풀렸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김비서가 나중에 (김주원) 엄마의 사주를 받아서 김 사장에게 해코지를 했을지도 모르죠.(웃음)"

okko@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