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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도전해보고 싶은 역 정말 많죠
2011-01-23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앞으로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너무 많아요. 세상에는 정말 여러 종류의 인간이 있잖아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을 연기하는 데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조선 후기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이다. 전통사극에 보이는 도도한 드라마보다는 코믹한 상황과 주연 배우들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김명민은 영화에서 '명탐정' 역을 맡았다. 허술해 보이지만 모든 걸 계산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능글맞고 호기심과 기지가 출중한 인물이다.

김명민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진중한 이순신(불멸의 이순신)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고, 야망의 화신인 장준혁(하얀거탑)과도 연기의 결이 완연히 다르다.

"코믹 연기를 애써서 하려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허술하지만 영민한 '명탐정'이라는 캐릭터에 들어가려고 했을 뿐입니다. 웃음이 나왔다면 그 캐릭터가 가진 허술함 때문일 겁니다. 개그를 하려 하지는 않았어요. 과장하기가 일쑤였을 테니까요."

실제로 김명민은 여러 톤으로 연기해야 했다. 명탐정의 속성은 '위장'이고, 이를 드러내려면 어수룩함 속에 날카로운 지성을 숨겨야 했다. 호기심 때문에 가끔 정신 줄을 놓는 상황도 설정해야 했다.

"무엇보다 수위 조절이 어려웠어요. 조금만 감정을 과하게 잡아도 오버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영화 초반이 중요했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는데, 혹여 제 스스로 분위기에 휩쓸려 오버하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습니다. 긴장을 하고 연기하고자 노력했죠."

김명민은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 창고에서 벌이는 액션장면이었는데 합이 잘 맞지 않아 전치 4주의 상처가 났다.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정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영화가 개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잔여분량은 3분의 1가량. 그는 현장에서 이를 악물고 촬영했고, 촬영이 끝난 후 차에 타기가 무섭게 고통에 시달리는 생활을 한 달이나 해야 했다.

"촬영을 끝내야 했어요. 수면할 때조차도 누울 수 없어서 앉아서 잘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다만 현장에서는 집중력 때문인지 큰 고통을 느낄 수 없었지만 일단 촬영만 끝나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갈비뼈 부상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줄 몰랐어요."

김명민은 명탐정을 연기하면서 다른 영화나 만화의 캐릭터를 참고했다고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신뢰한다는 그는 '셜록홈즈'와 '아이언맨'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을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 냈다.

"하니, 넌 할 수 있어~"처럼 홍두깨의 모습을 인터뷰 자리에서 시연한 김명민은 진지하지만 허술한 홍두깨의 캐릭터와 명석하고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는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을 가져와 자신의 해석을 덧입혔다.

"배우가 연기할 때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도 묻어나지만, 상상력과 간접 경험도 최대한 이용하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던 한 인물의 표정마저도 때론 도움을 줄 때가 있어요. 다른 배우가 한 연기를 발췌하기도 하죠. 순간순간 봐왔고, 냄새 맡았고, 느꼈던 모든 것이 연기에 바탕이 돼요."

그는 작품을 하기로 했으면 그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한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목사였다가 아이가 유괴당해 타락하게 되는 주영수 역을 맡았을 때 그의 신경은 온통 곤두서 있었다. 이는 현장뿐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시기라 아내가 제게 말도 붙이질 못했어요."(웃음)

"40평생을 김명민으로 살아왔는데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김명민의 습성이 나오게 돼 있어요. 제가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해낼 수 없게 되는 거죠. 다른 누구에게도 아닌 그 캐릭터에게 미안해요. 동료가 제 연기를 보며 '너 그때 김명민 같았어'라고 말할 때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에요."

역할을 맡은 직후부터 그 캐릭터가 돼 생활해간다는 김명민은 천상 연기자였다. 그렇다고 천직인 연기가 마냥 그에게 행복감을 안겨줄까.

"연기를 하면서 마냥 행복한 건 아녜요. 스트레스도 받고 우울증도 생기죠. 하지만, 보람도 성취감도 느낍니다. 세상만사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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