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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푼수녀 역할 어려워 매번 떨어요">
2011-01-30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인 줄은 몰랐어요. 어디까지 망가져야 하나 늘 수위조절이 고민이고 잘은 해야겠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촬영 들어가기 전에 매번 어쩔 줄 모르겠어서 방방 뛰어요. 보는 분들은 재미있겠지만 전 푼수 연기가 너무 어려워서 덜덜 떨고 있습니다."

엄살이 심하다. 그런데 연기를 잘하니까 엄살마저 예뻐 보인다.

문정희(35)가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로 주말 안방극장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1일 첫선을 보인 이래 시청률 25%를 넘나들고 있는 KBS 2TV '사랑을 믿어요'에서 그는 드라마 작가의 재능을 갖고 있지만 사회활동을 허락하지 않는 권위적인 남편(권해효 분)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아들 셋을 둔 푼수같은 주부 영희 역을 맡아 '진상 떠는 아줌마'로 완벽 변신했다.

지난 28일 여의도 KBS별관 '사랑을 믿어요' 세트에서 만난 그는 "내게 이런 역이 들어올지 정말 몰랐다. 소위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만 하던 내게 이런 역을 제안하신 감독님의 생각이 신기했다.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 덕분에 시청자는 유쾌하다. 아들 셋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후줄근한 아줌마 영희가 남편 눈을 피해 드라마 작가인 숙부(박인환)의 보조작가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은 이 드라마의 웃음을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눈물, 콧물 범벅이 돼 아이처럼 통곡하고 입술을 실룩실룩대며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드라마 대본을 쓸 때는 마치 몰래 '야동'을 감상하는 듯 혼자서 낄낄대며 창작열을 불태우는 모습으로 소극장 1인극처럼 진폭이 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단 앞머리까지 빠글빠글 파머를 하고 나니 '자세'가 나오더라"는 그는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어색한 것은 사실이고, 이대로 내 캐릭터가 아줌마로 굳어지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정희는 그간 '연애시대'(2006), '달콤한 나의 도시'(2008)로 대표되는 단아하고 차분한, 때로는 차갑고 그늘진 도시 여성 이미지로 어필했다. 2009년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그로서는 다 큰 애가 셋이나 있는 '천상 아줌마' 캐릭터가 나름대로 파격인 것이다.

"제가 트위터를 하는데 팬들이 전작들을 거론하며 '그때 그 누나는 어디갔나요?'라며 아쉬워하세요. 제일 히트는 '연애시대'에서 호흡을 맞춘 감우성 씨인데 '너의 카리스마와 단아함은 어디로 가고 무쇠같은 아줌마 영희가 되었구나'라고 문자를 보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변신을 기대한다며 응원해 주셨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어 매일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하지만 말만 그럴 뿐 촬영에 들어가면 프로답게 완벽하게 영희로 변신한다. 미용실에도 안 가고 분장도 직접 할 정도로 예쁘게 보이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렸다.

그는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자신의 표현대로 '온 마음을 다해' 영희가 되기에 그의 연기에 웃음이 터진 스태프만 아니면 NG가 나는 일이 거의 없다.

'사랑을 믿어요' 덕분에 시청자와의 거리도 한결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제가 지나가도 차가운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동네 마트를 가면 아주머니들이 제 등짝을 세게 치면서 '아유! 반가워'라며 친근하게 대해주세요.(웃음) 그런 점은 감사하죠. 저희 시어머니도 제 든든한 후원자세요. 사실 1, 2회 방송 후에는 시어머니께서도 놀라셔서 제게 전화도 못하셨는데 그후 동창회에 가셨다가 친구분들이 한마디씩 제 칭찬을 하는 걸 들으시고는 기분 좋아하시면서 요즘은 큰 힘이 돼 주세요. 역시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연속극에 출연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문정희는 재주많은 연기자다. 고등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배운 그는 뮤지컬 '록키호러 픽처쇼'와 '그리스'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노래 실력이 좋고, 살사 댄스 전문가로 세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연출에도 꿈이 있다.

"글 쓰는게 좋아요. 저희 신랑이 '넌 뭐 그리 해보고 싶은 게 많냐'고 하는데 드라마의 몇 장면을 실제로 써보기도 했어요.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그걸 옆에서 막으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도 잘 알고 그래서 영희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고3 때 제가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심하게 반대하셨거든요. 그때 전 집을 나가겠다고까지 했는데 그 심리가 지금 영희에게 투영되는 것 같아요."

일찌감치 '연기 잘하는 배우'군으로 분류된 그는 우연을 가장한 운명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제가 재능이 뛰어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수능 첫 세대인데 실기시험을 3개월 준비해서 연영과에 입학했어요. 정말 럭키했죠. 그 전까지는 배우는 생각도 못했고 그저 막연하게 춤꾼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3 때 제 친구가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곳이 문을 여는데 '넌 꼭 이 학교 연기과를 가야해'라고 하는 거예요. 평소 제가 이야기할 때 마치 연기하듯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동원하는 것을 본 친구가 저더러 연기자가 되라고 한 거였어요. '그럴까?' 싶었고 그때부터 연기를 파고들었죠."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의 꽃뱀 역으로 속에 있는 끼를 살짝 보여줬던 문정희는 이후 드라마 '며느리와 며느님' '천추태후' '아버지의 집', 영화 '강적' '해결사' '카페 느와르' 등을 거쳐 이번 '사랑을 믿어요'를 통해 '쓸모가 많은' 연기자임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영희가 남편에게 통쾌하게 복수해주길 바라고 계더군요. 드라마 중반에 영희의 반전이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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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