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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굴곡진 가족사 <굿바이 평양>
2011-02-19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이 만든 '굿바이 평양'은 헤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애절한 눈물을 보여주거나 절절한 통곡을 들려주지 않는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할 뿐이다. 하지만, 81분간 담담하게 전하는 가족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어느덧 눈가에 눈물이 맺힐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제주도 출신으로 오사카에 사신다. 나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세 오빠와 조카들은 지금 평양에 살고 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양 감독의 가족에게 휘몰아친 잔인한 운명을 보여준다.

예술을 좋아했던 큰 오빠는 건강이 좋지 않고, 둘째 오빠는 아내를 잃는다. 아버지는 병환으로 운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느 가족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을 사연이지만 그리움의 두께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에 있는 가족은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제한돼 먼발치에서 북녘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일상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카메라 속에서도 묻어난다. 우두커니 북에 있는 자식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든가 늘 아들이 보고 싶다던 아버지가 막상 아들을 만나면 침묵하는 장면 등은 잔잔하지만, 마음에 남는다.

가족들의 일상을 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한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수돗물이나 전기를 쓰는 시간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을 비추는 장면, 엔화를 가져온 양 감독이 방문할 때만 식료품으로 빼곡히 채워지는 냉장고를 비춘 장면은 간접적이나마 북의 어려운 현실을 전달한다. "북한에 있는 양 감독의 가족에게 오사카에 계신 어머니가 보내는 소포는 생명선"이라는 해설은 보다 직접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정치색을 될 수 있는 대로 배제했다.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거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 양 감독의 조카들이 이 교정을 받거나 피아노를 치는 장면 등은 우리네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영화는 6㎜ 카메라로 찍어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홈비디오 같은 따스한 느낌을 전해준다.

내한 인터뷰에서 양 감독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툭툭 던졌지만, 그 말에서는 아픔에 곰삭았을 마음이 전해졌었다. 영화도 그런 감독과 닮았다. 헤어진 가족의 일상을 무심하게 보여주지만 농밀한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됐으며 다음 달 3일 전체관람가로 국내에서 개봉된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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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