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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흥행 상관없이 징크스는 깨졌죠">
2011-02-22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징크스는 깨졌다고 봐요. 저는 이미 영화에 충분히 만족해요."

탄탄한 이야기와 인간적인 캐릭터로 독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만화가 강풀. 인터넷에 연재된 그의 만화 가운데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등 3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강풀 징크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화로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 영화로는 흥행이나 비평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강풀은 "징크스란 말이 싫었다. (내 작품이) '독이 든 성배'니 '양날의 검'이니 별의별 말이 있었다"면서 "영화는 감독의 것이란 생각으로 초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두 번은 괜찮았는데 세 번이나 그러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4번째 영화가 지난 17일 개봉됐다. 그의 2007년 작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한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는 노년 커플의 애틋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강풀은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라면서도 좋은 영화가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내 새끼니 나쁜 놈들은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보면서 울었어요. 제가 원작을 쓴 영화를 제가 보고 울었으니 얼마나 바보 같아요."

강풀은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었던데 대해 "뭔가 누수 현상이 있었다. 원작에서 영화로 올 때 뭔가 잃거나 해서 반응이 시원찮았던 것"이라면서 "이번 것('그대사')은 매체의 변이를 가장 슬기롭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 것들은 만화 안 본 사람이 영화를 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번 것은 그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매끄럽죠."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매일 같이 영화를 알리고 있으며 팔로워를 초청해 직접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영화 끝나고 어르신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얘기하니 제가 고맙더라고요. 고생이 어른들 반응에 날라갔어요."

그는 "만화가로 성공했다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많이 들었다. 만화가 영화화돼서 성공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싶어서 당시에는 '만화는 영화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그래서 '영화화' 이런 거 떨치고 흥행이 되든 안 되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려고 했다. '그대사'는 처음부터 흥행이 되기를 포기한 만화인데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독자들이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가장 폭넓은 연령층에서 지지를 받았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만화에 댓글을 다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이메일을 보낸다. 40~50대 분들이 메일을 많이 보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며 웃었다.

강풀은 자신의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저희 부모님이 아파트에 들어가시고 나서 처음으로 하신 게 할머니를 모셔오는 거였죠. 그전에는 할머니와 별로 안 친했어요. 할머니가 너무 어려웠는데 나중에 보니 소녀 같은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실버 로맨스를 (소재로) 하게 됐죠. (만화의) 송이뿐 할머니는 저희 할머니가 모델입니다. 문맹이신데 13살에 결혼하셨대요. 지금 97세인데 아직 정정하시죠."

모든 이야기를 몇 년 전에 구상하지만 '그대사'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할 것까지 시놉시스를 다 써놓는다. 지금 6개가 있다"면서 "'그대사'는 시놉시스가 없었는데 마음이 와 닿아서 어느 날 갑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93세이던 할머니가 작품을 못 보고 돌아가실까 봐 계획에 없던 '그대사'를 먼저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할머니한테 '손자가 할머니를 보고 그린 만화입니다'라고 해 드리고 싶었어요. 지나서 생각하니 제가 할머니한테 선물한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저한테 선물하신 겁니다."

그는 캐릭터를 만들 때 주변 사람들을 많이 떠올린다며 '그대사'에서 이순재가 연기한 김만석 할아버지는 정은 깊지만 무뚝뚝한 자신의 장인이 모델이라고 했다.

연재를 앞두고 있을 때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온 이순재의 느낌이 만석과 겹치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만화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가상 캐스팅을 올려요. 다른 인물은 이견이 있었지만, 김만석 할아버지는 100% 이순재였죠."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서 가장 정이 가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바보'의 흥용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동생 같다"면서 "독자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는 만석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팔등신 미녀가 나와도 만화를 볼까 말까 할 텐데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멜로 하는 걸 독자들이 많이 봐줄까 했죠. 그런데 굉장히 사랑해주시더라고요."

거의 모든 그의 작품은 영화 판권 계약을 한 상태다. 강풀은 자신의 만화에 대한 인기가 이처럼 높은 데 대해 "이야기가 재미있고 검증이 돼서 그런 것 같다. 언제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하니 안전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작업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판권 계약을 할 때는 영화를 만들 의향이 정말 있는지와 감독이 누군지를 물어본다고 했다.

강풀은 자신의 만화를 영화로 만들 때 "인물과 이야기는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정서는 그대로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의 만화에서는 인물마다 각각의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강풀은 이에 대해 "사람 중심이 좋아서 그렇다. 제 이야기는 사건보다 사람 중심이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 건 애정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주로 보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데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제가 그렇게 살았다. 저희 집이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으로 자랐다"면서 "아파트보다는 골목의 이미지가 좋다. 지금도 3층 짜리 빌라에 산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그림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다 떨쳤다고 했다. "제 그림에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어요. 그림 잘 그리는 거하고 만화 잘 그리는 것은 달라요. 허영만을 보면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는 안 하죠. 만화라는 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그 이야기를 잘 녹여낼 수 있다면 좋은 만화죠."

지난달 연재를 마친 최근작 '당신의 모든 순간'은 좀비를 소재로 한 멜로물이다. 이 만화는 좀비에게 인간성을 부여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는 "좀비를 완전히 사람처럼 그리지는 않았지만, 애정을 갖고 그렸다"고 말했다.

"그런 코드가 아니었으면 안 했을 겁니다. 외국의 좀비 영화를 보면 가족이라도 좀비가 되면 죽여버리잖아요. 그러면 좀비의 입장은 뭐가 될까 생각했어요."

차기작에 대해 묻자 "진짜 호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세한 이야기를 꺼리면서도 "어떤 여자를 괴롭히는 귀신 이야기"라고 했다. "독자들이 (무서워서) 스크롤 못 내리게 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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