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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대통령 되기 너무 힘들더군요"
2011-02-27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대통령 되기 너무 힘들더군요. 극중에서도 힘들었지만 촬영 과정이 하도 힘들어서 전 막판에 대통령이 안 되는 줄 알았어요.(웃음)"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올인'한 최수종(49)이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다음날 만난 그에게서 대권을 쥔 환희는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험한 길을 막 헤쳐나온 피곤함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과제를 끝낸 안도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KBS 2TV 수목극 '프레지던트'에서 주인공 장일준을 연기한 최수종을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지난 25일 이화동 종로노인복지회관에서 만났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지난 3개월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드라마 종영과 동시에 이날 무료 급식봉사에 나선 길이었다. 부인 하희라를 비롯해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연예인봉사단체 100인 이사회 회원들과 함께 독거노인 500여 명을 위해 5시간여 봉사를 했다.

"오늘 아침에 캐나다에 있는 누나와 매형(가수 출신 목사 조하문)과 통화했는데 '전날까지 드라마 촬영하고 어떻게 봉사하러 나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 사명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릴수록 더 앞으로 나서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촬영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언제나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드라마에서 막 대선 레이스를 끝낸 그가 곧바로 봉사활동에 나서니 드라마와 현실이 묘하게 오버랩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다음 달 7일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마치 선거운동을 하는 듯 쉼없는 행보다. 신뢰감을 주는 인기배우인 데다, 이런 행보를 정치권에서 눈독을 들일 만도 하다. 뻔한 대답이 나올 줄 알면서도 물었다. 정치에는 뜻이 없냐고.

"전혀. 절대."

그는 털끝의 가능성도 없다는 듯 힘줘 말했다.

그럼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자. '프레지던트'는 3선 국회의원 장일준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리얼 정치극'을 표방한 드라마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전투구, 복마전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시청률에서는 평균 7.4%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시청률 보증수표' 최수종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나름대로는 제대로 된 현실정치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낸 것 같아요. 드라마라는 것이 환상과 상상을 적절히 배합해야 하는데 너무 사실적인 것을 추구했어요. 정치인들이 앞에서는 악수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음모를 꾸미고 배신하는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정치인들 싸우는 거야 TV에서 늘 보는 거잖아요. 그래도 뭐 좋았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드라마를 해보자는 의도와 노력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과 반비례해 촬영과정은 전작들에 비해 더욱 힘들었다.

"대본이 너무 늦게 나와 대사 외우고 준비하는 데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걸 떠나 대사 외우기가 가장 힘든 작품입니다. 대본을 받으면 이걸 언제 외우나 암담했지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심정으로 '그래 한번 해 보자'고 덤볐습니다. 대본이 너무 안 나오니 장일준이 결국 대통령이 못 되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만큼 리얼한 정치극을 쓴다는게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끝낸 지금 정말 시원섭섭하네요."

장일준으로서 대선 레이스를 치르면서 그는 현실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장일준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그의 친형과 장인, 오른팔, 숨겨둔 아들 등 많은 이가 희생됐다. 또 장일준은 피습당하기도 했고, 끊임없이 검은 유혹에 흔들렸다.

"정말 이게 실제상황이라면 어유…, 정말 이런 모습들은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정치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게 우리나라도 이제 준비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대통령 후보로서 관리를 받아야 해요. 그래서 설사 청문회를 한다고 해도 티끌 하나의 결점도 없고, 그래서 '저 사람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인정을 받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랑, 겸손, 배려, 양보 등의 단어가 정치에서도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어디서든지 그런 가치는 구현돼야 하고 그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물론 정치에서 바라기 힘든 가치들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프레지던트'는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결혼 전인 1991년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19년 만에 호흡을 맞춘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둘은 양보 없는 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쳤고, 시청자는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이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또다시 하희라와 한 작품에 출연하겠냐고 묻자 그는 딱 잘라서 "절대 안 한다"고 했다

"연기라는 면에서는 좋았습니다. 집에서는 서로 대사 한번 안 맞춰봤어요. 다른 연기자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만나 바로 그 느낌으로 연기를 했죠. 힘든 촬영에서 서로 끊임없이 격려해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하지만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못하겠어요. 연기 외적으로 신경쓰이는 게 너무 많았거든요. 지금까지는 제 연기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저보다 하희라씨의 연기를 더 신경썼어요. '이 사람이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하희라씨도 마찬가지였을 거고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우리 둘의 책임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좋아하더군요. 일단 아빠, 엄마가 대통령과 영부인으로 나오니까 그 자체가 굉장히 근사해보였나봐요.(웃음)"

지난 1년간 '전우'에 이어 '프레지던트'를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최수종은 당분간 봉사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에는 동남아 오지로 다시 봉사를 떠날 것 같아요. 상반기에는 봉사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그게 제 사명인 것 같아요."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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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