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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일 "새 영화에 끊임없이 도전해야죠">
2011-03-10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여든 살이 넘어도 새로운 영화를 찍더군요. 저도 새로운 영화에 끊임없이 도전할 겁니다."

재일교포 2세 최양일(62) 감독이 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는 17일 개봉되는 '카무이 외전'의 홍보와 자신의 영화 6편을 소개하는 '특별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후 3년 만의 방한이다.

특별전이 열리는 이화여대 ECC관 안에 있는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9일 오후 최 감독을 만났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1983년 '10층의 모기'로 데뷔한 최 감독은 '달은 어디 떠 있는가'(1993), '막스의 산'(1995), '피와 뼈'(2004) 등 10여편에 이르는 영화를 만들며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사회 주변부를 훑는 서늘한 시선과 비정한 인물들을 담은 그의 영화는 일본 리얼리즘 영화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10층의 모기'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이후 최 감독의 영화는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꾸준히 끌었다. 올해는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카무이 외전'은 닌자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65-67년에 '주간 소년선데이', 82-87년 '빅 코믹'에 연재된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사회를 꿰뚫는 묵직한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 온 그에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닌자 영화가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 새로운 도전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닌자 카무이는 절벽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분신술을 쓰기도 하는 등 신기한 비술을 선보인다. 일종의 판타지물이어서 그런지 CG 사용이 빈번하고 와이어 액션도 많다.

"예전에도 CG를 사용하긴 했지만 대놓고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사물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CG에 시간과 공을 들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는 "여든이 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영화 '히어 애프터'에서 예상을 깨고 매우 대범하게 CG를 사용했다"며 "새로운 도전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새로운 영화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카무이 외전'이 상업 액션영화이긴 하지만 밑바닥 정서를 담는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통한다. 주인공 카무이는 생존을 위해서만 칼을 든다. 주변 인물을 지켜주지도 못한다. 영웅다운 기개도 찾아보기 어렵다.

"천민인 닌자는 오직 폭력을 통해서만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이었죠. 카무이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폭력의 허무함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폭력을 쓸 수밖에 없었죠. 그런 모순된 부분이 영웅 같지만 영웅 같지 않은 닌자를 만들었습니다."

닌자를 소재로 한 액션물임에도 영화의 정서는 차갑다. 보고 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렸을 때 장래에 어떤 감독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로마의 휴일'이나 인간의 페이소스를 담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작품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다 거짓말이죠. 따뜻한 영화를 보는 건 좋아해요. 하지만, 보고나서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영화를 내가 과연 찍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이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을 생각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신작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7년째 일본영화감독협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을 감독이 소유해야한다는 저작권 확보운동을 역점사업으로 두는 한편,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영화의 생명줄은 다양성에 있어요. 감독협회에 600명의 회원이 있다는 것은 600개의 사상이 있다는 것과 통합니다. 색다른 장르와 표현들은 영화를 풍요롭게 합니다. 일본 영화가 다양성을 잃는다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힘을 잃어버릴 겁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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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