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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앞에 닥친 험난한 고통을 관객의 몫으로 남기다. <두만강>
주성철 2011-03-16

옌볜 조선족 자치주와 북한 함경도를 사이에 둔 두만강변의 한 마을에 탈북자들이 수시로 넘나든다. 할아버지, 누이 순희와 함께 사는 창호는 식량을 구하려고 강을 넘어온 또래의 북한 소년 정진과 축구를 매개로 친구가 된다. 하지만 한 탈북 청년이 커다란 사고를 치게 되면서 창호는 정진을 매몰차게 내치고, 마을에서도 탈북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정진은 아랫마을 아이들과의 축구시합을 함께하자는 창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마을에 나타난다.

<두만강>은 탈북자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장률 감독이 <경계>(2007) 이전부터 만들고자 했던 영화다. 순희와 창호라는 이름은 <망종>(2005)에 등장한 엄마와 아들 이름에서 그대로 왔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불거진 문제지만 실제로 그곳에서는 예전부터 그런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했던 가깝고도 먼 경계의 땅이었다. 그 경계가 이어지는 것은 한겨울 두만강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다. 영화가 시작하고 그 경계의 언 땅 위에 누워 있는 창호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영화는 그렇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대화한다.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고 낡은 무채색의 건물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그러니까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크린 위에서 파란색 점퍼를 입은 창호만 유독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 같다. 해외 유명 축구선수들의 스티커를 온 방 안에 붙여놓은 창호는 그 경계 위에서 혹독한 삶을 산다. 과연 소년은 자기 앞에 닥친 험난한 고통을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까. 장률 감독은 절망과 희망 모두를 끌어안고 그 질문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지금까지 장률 감독이 소설가이자 화가였다면 이제 마술가의 솜씨로 경계에 선 사람들의 상처를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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