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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이 된 LA도심을 담은 조너선 리브스먼 <월드 인베이젼>
장영엽 2011-03-16

2011년 8월12일, 외계인 군대가 LA를 습격한다. 도시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들은 재빨리 전쟁 준비에 돌입하지만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그들은 민간인 구출 임무를 수행하기 이전에 자기 한몸 챙기기도 버겁다. 전역을 앞두고 군대에 소집된 해병대 상사 마이클(아론 에크하트)은 이라크전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소속된 오합지졸 부대를 지켜내기 위해 애쓴다. 여기에 전멸한 부대에서 홀로 살아남은 공군 상사 엘레나(미셸 로드리게즈)와 마이클의 부대가 구조한 수의사 미셸(브리지트 모나한) 일행이 합류한다. <월드 인베이젼>의 관심은 외계인 우주선의 위용이나 외계인의 소름끼치는 겉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 영화는 갑자기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진 인간이 어떠한 선택을 해나가는지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마이클의 부대원들은 농을 주고받으며 훈련나가는 기분으로 전쟁에 임했다가 쑥대밭이 된 LA 도심을 보고 하얗게 얼어붙는다. 근처의 다른 부대원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2대대 중대’ 병사들의 모습을 <월드 인베이젼>은 핸드헬드 촬영으로 오래 비춘다.

이 작품은 조너선 리브스먼 감독의 말대로 “현대전에서 진짜로 군대가 적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쟁’영화다. 사실상 이 작품에서 외계인의 존재는 미군과 대치하는 동방 세계의 테러리스트로 대체한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LA 해변을 장악한 거대한 모함과 다양한 전투로봇들은 제작비 1억달러라는 이 호화찬란한 블록버스터에 눈요깃거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허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공들인 특수효과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비쳐야 할 외계로봇들은 미 해병대의 구식 수류탄과 총탄에 맥없이 쓰러진다. 그러므로 충분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외계인 군대에 맞서 군인의 희생과 책임감을 거듭 강조하는 부대원들도 관객의 공감을 사기는 어려울 듯하다. 비장한 음악과 더불어 전쟁영화의 예측 가능한 수순을 차곡차곡 밟아나가는 이 영화의 엔딩신에 이르면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블랙 호크 다운>에 <인디펜던스 데이>를 덧입히려면 정교한 스킬이 필요하다. 밀리터리영화를 SF 장르로 포장하려 했던 <월드 인베이젼>은 이같은 장르의 이종교배에 성공하지 못했다. <어둠의 저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제로> 등 폐쇄된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로 이름을 알린 조너선 리브스먼은 아무래도 LA란 거대한 도시를 보듬기엔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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