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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균 "세시봉 시절 꿈 40여년 만에 찾았죠"
2011-03-20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환갑을 넘은 이익균(64) 씨는 음반 한 장 낸 적이 없다. 정식 가수로 데뷔한 적 없는 그는 요즘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의 '세시봉 친구들' 전국 투어에서 게스트로 노래하고 있다.

이씨의 본업은 한국종합기술 전무로 토목 전문가다.

이씨가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윤형주, 송창식과 '트리오 세시봉' 멤버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무대에 선 것은 40여 년 만이다.

지난 2월 MBC '놀러와'의 설특집 '세시봉 콘서트' 때 객석에 자리했던 이씨가 깜짝 출연해 매력적인 저음으로 윤형주, 송창식 등과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 게 계기가 됐다.

요즘 그는 금요일 퇴근 직후 지방으로 가 주말에 친구들과 공연하고 나서 일요일에 상경한다.

이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투 잡'이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하하. '투잡'이라니요. 그저 '형주야, 창식아' 부르면서 20대 세시봉 시절로 세월을 거스를 수 있으니 친구들에게 고맙죠. 창식이가 리드를 잘해주고 형주가 잘 맞춰주니 세월이 흘러도 화음이 잘 맞는거지, 다른 사람과는 안됩니다. 요즘은 정말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고교시절 부산 노엘성가단 합창단, 남성 4중창단으로 활동한 그는 1967년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1학년 때 세시봉 '대학생의 밤' 무대에서 취미로 노래했다. 솔로로 노래하던 그는 그곳에서 윤형주, 송창식을 만났다.

"1967년 멕시코 출신 미국 그룹인 '트리오 로스판초스'가 내한했는데 세시봉 사장님이 한국에도 이런 트리오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형주, 창식이와 제게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세시봉 사장님이 먹여주고 입혀주면서 그 팀을 본떠 '트리오 세시봉'란 이름으로 노래하기 시작했죠."

'뽕짝'이 유행하던 시절 대학생들이 부르는 서양 팝송은 센세이셔널 했다. 그러나 이씨의 '트리오 세시봉' 활동은 채 1년도 되지 못했다.

그는 "노래를 하며 휴학을 했더니 바로 영장이 나왔다"며 "공대생이면 일생이 보장되는데 불확실한 가요계로 뛰어든다며 집안의 반대도 심해ㅆ다"고 말했다.

입대 하루 전까지 고민하던 그는 1968년 2월 6일 입대했다. 이후 특수부대에 배치됐고 베트남전까지 다녀왔다.

1970년 12월 제대하자 송창식과 윤형주는 '트윈 폴리오'로 활동 중이었다. 이때 그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한다.

"당시 TBC '쇼쇼쇼' PD를 찾아가 상의했더니 '학교 졸업하면 앞날이 보장될 테니 지난 과거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공부하라'고 조언하더군요. 주위에서 곡을 줄 테니 솔로로 활동하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제가 노래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솔로로 좋은 평을 받을지도 의문이었죠."

그는 1975년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입사해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지만, 엔지니어로서 1970년대 국토개발 건설 붐의 주역으로 산 인생도 보람됐다고 한다. 그는 서울, 부산, 군산 등 전국을 돌며 아파트 건설에 참여했다.

"처음 입사해 잠실 아파트 단지를 지었죠. 국내에서 처음 짓는 아파트였어요. 제가 노래를 해서 유명해진다면 그것도 의미 있겠지만 전국을 다니며 아파트를 짓는 일도 기술자로서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어요."

지금 이씨가 다니는 회사 직원들도 그가 세시봉 출신이란 걸 최근에 안 사람들이 많다. 1990년대 초 가족과 떨어져 살았던 터라 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걸 보지 못한 두 자녀의 응원도 뜨겁다.

"지금 딸은 광저우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중국에 사는데 '아빠 판 내줄게'라며 노래를 권해요. 아들도 미국 삼성전자에 있는데 응원해주고요. 바람이 있다면 솔로보다 형주, 창식이와 트리오로 한 곡 취입하는 겁니다. 친구들이 작곡한 곡에 목소리를 더하고 싶은 거죠."

그는 얼마전 내한 공연한 이글스 멤버도 동년배라면서 "뒷방에서 노인 행세를 해야 할 나이지만 일을 하고 있고 좋은 친구들과 주말에 노래도 부른다"며 "환갑을 넘긴 나이에 다시 노래할 수 있도록 꿋꿋이 무대를 지켜준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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