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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된 <반지의 제왕> 팬사이트들
2002-01-03

수준이 다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개봉되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 소개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홈페이지를 참조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단 개봉 영화들이 홈페이지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몇년 안 되는데다가, 설사 홈페이지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뻔한 보도자료들만 담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사 혹은 배급사 자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광고/홍보의 효용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생색내기용 이상의 투자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은 지난 99년까지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면서 각종 영화 관련 이벤트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매트릭스>와 같이 개인적으로 열광한 영화들의 경우, 회사를 설득해 홈페이지를 만들어 배급사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이벤트를 열었던 경험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개봉하는 영화들의 경우 최소한 1∼2개의 홈페이지를 갖는 것은 기본이 되었고, 그 내용의 충실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단순히 보도자료를 정리해 올려놔서는 더이상 주목을 끌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자체가 흥행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 것은 이미 우리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상태다. 또한 이러한 공식적인 홈페이지들 이외에도 팬들이 만들어낸 홈페이지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엽기적인 그녀>만 해도 야후!에만 무려 9개의 팬사이트가 등록되어 있고, <친구>도 3개나 등록되어 있을 정도인 것. 물론 외국영화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팬사이트가 적은 편이지만, 고정적인 마니아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우리 영화 못지않은 다양한 팬사이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반지의 제왕>의 경우는 국내 팬사이트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팬사이트가 다양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경우 주요 팬들이 어린이들인 반면, <반지의 제왕>은 대체로 청소년층 이상 성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담겨 있는 내용의 충실도나 운영자의 운영역량 측면에서 이전의 다른 영화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 것. 얼마 전 <반지의 제왕>을 시사회에서 본 마니아들이 자막 번역의 오류에 대해 지적했고, 이에 대해 번역자와의 ‘설전’이 그 팬사이트를 통해 벌어졌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사가 모 일간지에 실리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설전’을 중앙일간지가 기사화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좋은 팬사이트가 어느 정도 영화의 개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아주 잘 보여준 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반지의 제왕>으로부터 시작된 마니아층의 폭과 깊이가 남달라,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사이트들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가 그리 과장만은 아닌 듯.

‘한국 톨킨 연맹’이라는 이름의 웹링으로 뭉쳐져 있는 톨킨의 작품 관련 국내 사이트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들로는 ‘로오리엔의 반지의 제왕 연구소’와 ‘반지의 제왕’을 들 수 있다. 두 팬사이트 모두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자랑하는데, <로오리엔…>의 경우 원작소설을 중심으로 <반지의 제왕>에 접근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국내에 출시된 몇 가지 원작소설의 판본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해놓은 ‘반지의 제왕 가이드’ 코너는 소설을 처음 구입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구입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아주 세세한 질문과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친절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도서실’ 코너를 통해 관련 서적들에 대한 정보와 마니아들이 직접 쓴 서평까지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놀라운 것은 외국에서 출간된 일부 서적에 대한 짤막한 리뷰도 있다는 사실. 마니아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언어들에 대한 정보가 담긴 ‘언어 연구실’이나 톨킨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링크를 걸어놓은 ‘미술관’ 등이 준비되어 있다.

한편 개봉된 영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반지의 제왕> 팬사이트의 경우는, 거의 국내외의 전 언론 매체를 샅샅이 검색해 모아놓은 관련 기사들의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들을 단순히 스크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의 깊이있는 토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 개봉 전에는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개봉 이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깊이있는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 3편의 개봉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토론을 이끌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새로운 영화 팬사이트의 전범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듯하다.

이 두 주요 팬사이트 이외에도 비록 텍스트 위주이기는 하지만 아주 상세한 톨킨의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톨킨 그물터’ 등 <반지의 제왕>과 관련된 국내 팬사이트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텍스트에는 좋은 독자/관객이 모이게 마련이고, 더불어 그들이 만들어낸 양질의 정보들이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반지의 제왕>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이 21세기의 <스타워즈>가 된다면 그 몫의 반은 팬들의 것이어야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May the force be with The Lord of The Rings and Its Fans!이철민/인터넷 칼럼리스트chulmin@hipop.com 영화 <반지의 제왕> 팬사이트

http://www-ph.postech.ac.kr/~jypark/index.htm영화 <반지의 제왕> 한글 공식 홈페이지 http://www.banzi.co.kr/ 로오리엔의 <반지의 제왕> 연구소 http://fan.theonering.net/lotrlab/<한국 톨킨 연맹> 웹링 http://www.webring.co.kr/site/sitelist.asp?Ring=tolk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