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하염없이 내리쬐고 벚꽃까지 날리는 어느 한적한 동네. 이곳으로 이사 온 여대생 카에(사와지리 에리카)는 먼저 살던 사람이 놓고 간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를 쓴 이는 초등학교 교사인 이부키(다케우치 유코)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카에는 이부키가 남긴 기록을 통해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그녀의 다짐과 교육관,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엿본다. 한편, 카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만년필 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온 남자 류(이세야 유스케)를 알게 된다. 류에 대한 카에의 설렘은 일기 속 이부키의 사랑과 묘하게 닮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클로즈드 노트>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의 2007년작이다. <세상의 중심에서…>가 80년대 일본 풍경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면 <클로즈드 노트>는 2000년대 이후 한국 관객이 즐겨본 일본영화와 소설에 대한 향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4월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봄 풍경과 첫사랑을 겪게 된 여성의 내면, 과거에 대한 집착, 무엇보다 운명적인 사랑과 결부된 비밀. 유키사다 이사오는 원작 소설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하면서 <세상의 중심에서…>의 눈물 색깔까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의지가 영화의 지루함까지 넘어서는 건 아니다. 이야기의 밀도에 비해 2시간20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이 버거운 탓도 있지만, 영화의 정서가 더이상 신선하지 않은 것도 있다. 물론 사와지리 에리카의 팬에게는 문제될 게 없을 수도. 다만 영화의 제작연도상 이미 본 영화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