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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일본 여배우가 모인 자체만으로 화제인 <플라워즈>

영화가 시작하고 여인들의 모습이 교차할 때 우린 아직 이들의 관계를 확언할 수 없다. 화면이 흑백으로 내려앉은 다음 1936년 린(아오이 유우)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우린 이 영화의 갈 길을 예상한다. 작고 여려 보이지만 당차고 독립심이 강해 보이는 린.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강요로 성사된 이웃 마을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못내 아버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막지 못하는 어머니가 린은 야속하다. 혼인식 날 린은 “엄마처럼 살기 싫다”며 무작정 집 바깥으로 뛰쳐나가 들판을 달린다. 그리고 컷. 2004년의 카나(스즈키 교카)는 피아니스트가 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피아니스트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헤어진 애인의 아이를 임신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카나의 할머니, 그러니까 린의 장례식 소식이 들려오고 카나는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와 동생 케이(히로스에 료코)를 만난다.

할머니와 손녀들의 이야기. 그 사이에 한 세대의 이야기가 더 있다.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남편을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외로운 젊은 날을 보내는 카오루(다케우치 유코), 남자 직원들이 판치는 출판사 편집부에서 여장부 캐릭터로 지내다가 사랑스럽고 착한 남자에게 이제 막 프러포즈를 받아 혼란스러워하는 미도리(다나카 레나), 그리고 카나를 낳은 다음 이어서 케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 사토(나카마 유키에). 린의 세딸들의 이야기가 1960년대와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1세대 린, 2세대 카오루와 미도리와 사토, 3세대 카나와 케이, 이렇게 여섯 여인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오간다.

무엇보다 여섯명의 여인을 여섯명의 스타 여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에 <플라워즈>는 온전히 주력한다. <도쿄>(2008), <훌라걸스>(2006) 등 한국 관객에게도 더없이 친숙한 소녀 아오이 유우가 린을 연기하고 있는데 크지 않은 역할이어도 그녀가 <플라워즈>의 모든 여인을 있게 한 첫 번째 여인이라는 점에서 우린 의외성의 흥미로움을 느낀다. 일본과 할리우드 드라마를 오가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카오루 역의 다케우치 유코는 유순하고 예의바른 여인상을 대표하고 반면에 2000년대의 열혈청춘상으로 알려져 있는 다나카 레이는 이 영화에서도 60년대식의 씩씩한 모던 걸 미도리를 연기한다. 사토 역의 나카마 유키에는 상대적으로는 적은 분량이지만 강인하고 따뜻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카나 역의 스즈키 교카는 등장인물 중에서도 고도의 심상의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국내에서 비교적 아오이 유우와 함께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청순함의 대명사 히로스에 료코는 여전히 그 활기찬 웃음을 선사한다. 여섯 여배우는 현재 일본영화와 드라마의 스타급 여배우들이고 이들이 한편의 영화에 함께 모였다는 것이 큰 화제다. 역시나 이 점이 <플라워즈>를 보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에 속할 것이고 영화도 기획단계에서부터 이 점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두었을 것이 분명하다.

스타배우가 여섯명이니 적어도 여섯개의 화젯거리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섯개의 다층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캐릭터는 시대별과 세대별로 겹치지 않도록 골고루 전략적으로 배치되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들의 시대적 재현도 정성스러운 편이다. 인물들의 인생사를 다룰 때에도 영화는 덤벙대지 않고 대체로 신중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바라는 것이 마침내 여인들의 삶이 모여 연출해내는 길고 다층적인 여인 삼대의 연대기이고 그 곡절 많은 삼대의 시간을 통과하며 끌어 안고자 한 것이 진정한 삶의 공기라고 가정한다면 영화에서는 그걸 느끼기가 어렵다. 인물들의 사연은 어디선가 들어오던 혹은 이미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들이고 그 표현법도 다소 피상적이다. 모아놓고 보니 이상하게도 서로를 끌고 당기질 않는다. 여섯이 모여 하나가 되는 구심점으로서의 형식적 고민이 필요했는데 그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홈드라마의 위대한 전통을 지닌 일본 영화계는 <플라워즈>에서 유명 여배우 여섯명을 집결시키는 극적인 퍼포먼스를 성사시켰으나 과거의 일본 홈드라마가 종종 해냈던 것처럼 집 안에 우주를 들이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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