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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은 미래적이지만 인물과 서사는 진부하다 <홍길동 2084>
윤혜지 2011-08-17

2084년, 폭력이 없는 도시 율도 시티는 인간적인 본능과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폭력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곳이다. 시티인들은 뇌에 저장된 나노칩의 영향으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없다. 형 일동의 미움을 받고 도시 밖으로 쫓겨난 길동(동호)은 우연히 하령을 구해주게 된다. 하령으로부터 율도 시티의 상황을 전해 듣게 된 길동은 율도 시티를 구원하기 위해 활빈당 3인조와 힘을 합쳐 일동과의 싸움에 나선다.

<홍길동 2084>의 비주얼은 미래적이지만 인물과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아정체성에 대한 길동의 고뇌와 기존 질서를 뒤집는 쾌감은 사라지고, 운명의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진부한 영웅 스토리만 남았다. 각종 클리셰의 남발은 서사를 망가뜨리는 주범인데, 도무지 원인과 과정을 짐작할 수 없는 길동과 하령의 로맨스는 특히 불필요해 보인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길동이다. 뻣뻣해 보이는 표정은 모른 체 넘어가더라도, 고성능 나노칩을 이식받은 듯한 감정 없는 목소리 연기는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에 모션 캡처와 키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한 액션장면에서는 사실적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관과 민이 힘을 합쳐 고전을 각색한 시도를 장점으로 꼽을 만한데, 지역과 연계된 작품의 경우 지역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으나, <홍길동 2084>는 일단 ‘지역색이 티 안 나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충분한 인지도를 가진 원작과 국내 최초 3D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에 거는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의미있는 첫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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