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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애도하는 재패니메이션의 애틋한 정서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

첫 키스를 하는 순간, “영원, 마음, 영혼 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곧 “어쩔 수 없이 가로놓인 막연한 시간”을 생각하자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고 <초속 5센티미터>의 주인공 소년은 말한다. <초속 5센티미터>(2007)가 간직하고 있는 부서질 듯 감각적이고 애틋한 첫사랑의 정서가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에서는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되었다. 그의 영화는 <이웃집 토로로>(미야지키 하야오, 1988), <추억은 방울방울>(다카하타 이사오, 1991)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도, <공각기동대>(오시이 마모루, 1995) 같은 디스토피아적 재패니메이션도 아니다. 굳이 계보를 따지면 감독 자신의 전작들을 잇는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까운 이의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잠시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위로다. 우주의 차원에서 이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세상의 원리로는 틀린 말이다. 죽음은 이승에서의 영원한 이별을 뜻하고 재회란 저승에서나 기약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는 멀고 험한 여행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고 애도를 마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스나는 늘 일등을 하는 모범생이자 바쁜 엄마를 위해 집안일도 도맡아하는 착한 딸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빨리 철이 든 소녀는 사실은 누구보다 외롭다. 매일 산에 올라 아버지가 남긴 수제 라디오를 듣는 것만이 아스나의 낙이다. 어느 날 아스나는 산으로 가는 철교에서 곰을 닮은 괴물과 마주치고 생명을 위협당하는데 신비한 소년이 나타나 그녀를 도와준다. 소년에게 마음을 뺏긴 아스나는 다음날 그가 추락사했다는 비보를 듣고 망연자실한다. 슬퍼하던 아스나는 새로 부임한 선생님에게 지하세계 아가르타 설화를 듣고 소년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알고 보니 10년 전 아내와 사별한 모리사키 선생님은 지하세계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조직 아크엔젤의 일원으로 그의 목적은 죽은 아내를 되살리는 것이었다. 아스나는 모리사키 선생님과 함께 지하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놀라운 모험을 하게 된다.

지하세계에 관한 설화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다. 그 명칭은 아가르타, 황천, 하데스 등으로 변하지만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는 남편의 모험과 허망한 결말은 거의 같다.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이 절망 끝에 상상해낸 공통적인 서사지만 현실의 원칙을 바꿀 수는 없기에 결말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지하세계 여행을 마치며 소녀는 “나는 그냥 외로웠던 거야”라고 자신을 돌아본다. 소녀의 성장에 허무와 쓸쓸함이 드리우지만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답다. 아름다움에 따르는 필연적인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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