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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3부작' 속 묘한 서정의 흐름 <모차르트 타운>
주성철 2011-09-07

<모차르트 타운>은 서울에 교환교수로 잠시 들른 피아니스트 ‘사라’의 눈에 비친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모차르트의 선율에 겹치는 서울의 풍경은 불법취업 노동자가 악덕 기업주에게 착취당하고 경찰이 유흥업소로부터 보호비를 뜯어가는 황량하고 칙칙한 세상이다. 그런 가운데 한 룸살롱을 보호해주며 여기저기서 사채를 수금하는 조폭 일환(오성태)과 아버지 대신 관광버스 운전을 하는 덕상(박승배)이 정류소 매점을 운영하는 한 여자 지원(주유랑)과 묘한 삼각관계로 엮인다.

<모차르트 타운>은 이후 <애니멀 타운>과 <댄스 타운>으로 이어지는 ‘타운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완성된 전규환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만큼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후 함께하게 될 배우들의 존재를 비롯해 사건과 인물에 집요하게 접근하는 카메라 연출 등 그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앞서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애니멀 타운>과 <댄스 타운>이 보다 명확한 컨셉으로 개인에 집중하는 영화라면 <모차르트 타운>은 여러 주인공의 사연이 중첩돼 있다.

지원은 틈만 나면 주변의 사람과 풍경을 쓸쓸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찍는 사람도 담기는 사람이나 풍경도 별 표정이 없다. 그렇게 사라의 시선은 초반에 가이드라인만 제공할 뿐 영화를 채우고 있는 것은 서울의 뿌연 속살이다. 서로 다른 사연 속의 인물이 만나고 헤어지는 방식도 이제 와서 보면 마치 유행이 지난 영화적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사실적 풍경이 워낙 부조리하기에 그 형식보다 현실에 눈길이 머문다. 그래도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 중에서는 은근한 사랑의 설렘도 있고 묘한 ‘서정’도 있다. 3부작의 흐름을 그 서정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으로 읽는다면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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