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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6] - 인터뷰 ③

“어머니한테 야단 맞고 다시 메가폰 잡았다”

인간 강우석에게 묻는다

-강 감독 어머니가 너도 작품성 있는 영화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공공의 적> 만들게 됐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은 아니었고 야 너 지금 뭐하냐 하는 말이었다. 우리 어머니도 날 오해한 거다. 너 돈이 그렇게 좋아? 돈 그만큼 벌었으면 됐지 뭘 더 벌려고 그러냐, 심지어, 너 그렇게 영화에 자신이 없냐, 그러면서 아주 모멸감을 주셨다. 나는 영화감독 아들이 좋은 거다, 다음 영화만들면 잘 만들어라, 작품성 있는 걸로. 그 말이 나에게는 쇼크였다. 내가 뭐 때문에 돈 때문에 머리 쥐어뜯고 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게 1년 반 전 이야긴데 김정상 사장을 영입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거다. 물론 내가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당신 눈에는 보이는 거였다. 영화 망했을 때 내 표정, 잘됐을 때 내 표정. 명절 때도 그냥 감독이면 안 나가도 되는데 매번 집에 없는 거. 먹고살 만큼 벌면 됐지,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나도 NG 많이 내고 필름 10만자씩 쓰고 70회씩 찍으면 <박하사탕>만큼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소문이다.

=그건 아닌데, 나는 <박하사탕> 같은 영화 못 찍는다. 나는 <박하사탕>을 비하하거나 안 좋은 데 끌어다 쓴 적 한번도 없다. 내가 그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똑같은 제작비 주면 <다이하드> 내가 더 잘 찍을 수 있다는 말은 한 거 같다. 그 말은 요즘 감독들한테 쓸데없이 많이 찍지 말라고 야단치려고 한 소릴 거다. 나는 아직도 영화 한편찍으려고 100번 넘게 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강 감독이 자기 최면을 잘 건다는 소문이다. 개봉 전에 자신감이 없을 때 강 감독이 무조건 된다고 말하는 걸 보면 자기도 세뇌가 된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최면을 거는 거다. 나중에 내가 욕을 먹더라도 최소한 초반스코어 만큼은 되게 한다, 보게 하겠다, 관심을 끌게 하겠다, 하는 일종의 내 마케팅이다. 그건 부모가 자식 대하는 거랑 같은 거다. 이거 된다. 최선을 다해라, 우리 아들 똑똑하다, 하는 게 부모가 다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독려하는 거고 최고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 거다. 이왕 한 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하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적어도 건질 만한 뭔가는 있을 때나 하는 거지, 러시보고 포기할 거면 미리 포기한다. 그런 영화는 아예 편집실에도 안 가고 노코멘트다. 그러니까 내가 망한 영화는 소문이 별로 안 나고 지나가는 거다.

-강 감독은 사람의 인상을 중시한다는 소문이다. 자신의 사업이 잘되는 이유도 내 인상이 좋잖아라고 말한다던데.

=그럼. 내 일생을 통해서 인상좋은 사람들이 인상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단순히 잘생기고 못생기고가 아니라 눈빛이 선하고 악해보이고 그 차이라고. 그리고 웃을 때 활짝 웃지 못하는 거. 사업할 때도 결정적이다. 감독으로서 제작자 결정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투자하겠다고 온 사람 중에 인상이 안 좋아서 돌려보낸 적도 있다.

-영화사 봄에서 기획하던 <신라의 달밤>을 시네마서비스로 가져온 것이나 쿠앤필름에서 기획한 <공공의 적>을 연출한 것은 강감독이 억지로 뺏어왔다는 소문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이 처음 <신라의 달밤> 시나리오를 보여주는데 일본영화 같아, 참 깔끔하고 예쁜 시나리오더라고, 그래서 나랑하자, 해서 바로 캐스팅에 들어갔지. 박중훈, 이성재 캐스팅했는데 이게 시나리오 수정도 잘 안 되고 지지부진했다. 그러다보니 배우 둘 다 못하겠습니다 하더라고. 그러니까 오정완은 영화내용이 너무 심플해서 톱스타 안 나오면 영화 덮겠다는거야. 그래? 그렇다면 나 주라 그랬지. 그러니까 그러세요, 그 대신 강 감독님이 하셔야 합니다, 하더라. 그래서 박정우 작가 불러놓고 시나리오 수정작업에 들어갔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라.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는 말이 아니고, 내가 왜 이걸 하려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돈 떨어져서 용돈 벌러나온 것도 아니고, 이 짓을 내가 왜 하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상진을 불렀어. 상진이가 계속 이 시나리오 달라고 했었거든. 너 정말 하고 싶어? 하니까 그렇다는 거야. 그래서 오케이한 거고 오정완한테 이렇다고 하니, 그러면 원래 하기로 했던 감독을 데뷔시켜 달라고 해서 그 친구 지금 좋은영화에서 영화 준비하고 있다. 이거 실화 그대로다. 바깥에서는 뺏어갔다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그런 거 절대 아니다. 뺏어서 상진이 주려고?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지. <공공의 적>도 쿠앤필름 구본한이 나에게 선물한 거다. 원안이 구본한에게서 나온 건데 쿠앤이 <하루> <순애보> 말아먹고 어려워지니까 대표가 시나리오 들고 팔러다니는 걸 내가 불러다가 야단을 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 써주고 급한 거 막으라고 돈줬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게 뺏는다고 뺏어지는가. 딴 제작자들은 바보인가.

-강 감독이 이미 시네마서비스 지분을 다 팔았다는 소문이다.

=이건 분명히 해야 한다. 한주라도 팔아서 내 통장에 넣었으면 로커스홀딩스 주식이 가만있겠나. 시네마서비스, 로커스홀딩스 계약 맺을 때부터 이미 못 팔게 해놓은 거다. 내가 그거 팔아서 사재를 축적했다는 건데 말이 안되는 얘기지. 시네마서비스건 로커스홀딩스건 한주라도 팔면 당장 주가가 춤을 출텐데 그게 가능하겠나. 하지만 앞으로 화나면 팔 거다(웃음). 로커스홀딩스가 내가 하는 사업에 협조 안 하면 팔 거다.

-강 감독이 영화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소문이다. 대체 하루 몇 시간이나 자는가.

=잠은 푹 자는 편이다. 한 5시간 정도? 술자리는 이제 12시는 웬만해선 안 넘긴다. 일부러 약속을 아침일찍 잡는 편이다. 나는 오전에 비즈니스하는 게 좋다. 점심먹고 나른할 때 비즈니스 하고 싶겠나. 9시쯤이 제일 좋다. 남의 사무실 방문하는 경우는 그보다 일찍 가서 기다린다. 7시30분부터 가서 수위한테 문열어 달라고 한 적도 많다. 부지런하다기보다 성격이다. 오늘 할 거 내일 못 넘기고, 지금 해야 하는 건 죽어도 지금해야 한다. 성격이 급해서도 있지만 빨리 끝내고 차라리 놀자 하는 게 있다고. 일요일도 출근 안 한 날이 없다. 과거엔 그런 것이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었고 지금은 확실히 일중독이다.

-마마보이라는 소문이다.

=맞다. 나 마마보이다. 그래서 결혼도 늦게 했다. 엄마가 안 구해주고 반대해서 그런 거다. 이왕이면 효자라고 말하면 좋겠다. 누가 내가 영화 속에 여성혐오증이 있다고 여성을 비하하고…. 뭐 이런 소리 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어머니를 제일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여자를 우습게 알겠나. 우리를 아주 자유롭게 키우셨고 논리적인 사람이라 나는 모친을 굉장히 좋아한다. 올해 일흔하나 잡수셨는데도 몰래 영화보고 와서 야, 그 영화 편집이 잘됐더라, 홍보가 그게 뭐냐, 흥행되겠더라, 이러신다고. 영화광이다. 집에 가보면 캐치원이나 OCN 틀어놓고 계신다.

-잔정이 많고, 눈물도 많다는 소문이다.

=남들 앞에 눈물 흘린 적은 거의 없고 가끔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어 울고 있네, 이런 적은 있다. 잔정 많은 것은 가장 큰 약점이다. 특히 누가 돈가지고 고생하는 건 정말 그냥 못 넘어간다. 그렇게 돈 많이 날렸다. 그냥 준다고 생각하는 거지 받는다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다. 와이프가 점쟁이한테 사주를 보고 왔는데 돈은 엄청 버는데 남는 거 없으니까 지금 챙겨라 그랬다고 하더라.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건 그렇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한 건가? 다들 날 엄청 강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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