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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판판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더니
강병진 사진 오계옥 2011-10-03

예산문제로 개최 연기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올해의 충무로에 영화제는 없다. 제5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사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충무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9월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무로영화제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중구가 재산세 공동과세로 세수가 감소해 기존 사업의 살림살이를 줄여야 하는 형편이라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영화제의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 중구의회는 지난 3월, 영화제 예산으로 책정된 20억원 중 19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충무로영화제는 지난 2010년에도 예산 확정 문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한 차례 소동을 겪었다. 2009년 3회 영화제 때만 해도 영화제의 예산은 서울시에서 30억원, 중구청에서 10억원, 스폰서의 협찬을 합쳐 6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서울시가 발을 빼고, 중구의회가 예산안 의결을 미루면서 결국 중구청의 7억원과 전년도 행사에 대한 부가세 환급금 3억4천만원, 스폰서 협찬과 후원금을 합친 13억5천만원으로 4회 영화제를 치러야 했다. 일찌감치 깜빡이고 있던 비상등이 올해에는 아예 꺼져버린 것이다. 충무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조직 개편 및 정관 개정을 추진해 2012년에는 운영의 독립성을 높여 영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충무로뿐만 아니라 송파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던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도 올해 행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또한 돈문제 때문이다. 약 10억원의 전체 예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던 예산이 2011년부터 편성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원하던 약 3억원의 예산도 끊겼다. 송파구청의 예산도 의결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어느새 9월 마지막주에 이른 것이다. 영화제의 관계자는 “영화제 스탭들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출근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서울시, 송파구,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이 끊기면서 올해 영화제는 열지 못하는 게 확실시되고 있다. 아무래도 서울시와 관련된 여러 정치적 문제들이 벌어지면서 소홀히 다뤄진 것 같고, 그에 대해 영화제쪽이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모두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영화제들이다. 5년 만에 예산이 끊겨 좌초되는 모습을 보자니, 도대체 5년 전인 200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다. 오세훈 전 시장이 33대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게 2006년. 약 1년 뒤, 두 영화제는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개최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고문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가족영상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가족영상축제 발족식에 참여해 “적극 지원할 것”이란 의지를 알렸고, 충무로국제영화제는 2회 당시 서울광장에서 전야제를 치르기도 했다. 가족영상축제의 관계자는 “서울시는 행사 시작부터 실질적으로 관련돼 있었다”며 “초창기에는 프로그래밍이나 행사와 관련한 협의를 적극적으로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예산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관심을 끊고, 급기야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결국 영화제를 주최해온 각 구청에서도 관심을 접는 수순인 것이다. 달면 물고 있다가 쓰면 뱉을 바에야 그냥 영화제를 영화제답게 놔두는 게 어떨까. 현재 두 영화제가 처한 상황은 곧, 영화 문화의 저변 확대가 아니라 지자체장의 세 불리기에 대한 관심과 연합해온 영화제들의 미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