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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한 이 영화를 통해 격변의 중국을 읽는다 <산속에서 길을 잃다> Lost in Mountain

<산속에서 길을 잃다> Lost in Mountain 가오지펑 | 중국 | 2011년 | 95분 | 뉴 커런츠

중국 내륙의 오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자연을 담아낸 화면만으로도 복잡한 정서를 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한다. 산에서 실종된 친구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설명보다 산의 이미지들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일 년 전 실종된 비엘레이는 아무런 단서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올라간 티에투오 산은 폐허가 된 탄광촌으로 비엘레이는 10년 전부터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대규모 수색이 벌어졌지만 종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는 없지만 그가 지나갔을 공간과 사물,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영화는 그 뚜렷한 존재감을 카메라에 담는다. 피폐한 모습으로 앙상한 뼈대만 갖춘 집터, 텅 빈 우물, 짝을 잃은 맷돌, 뜯겨진 방충망은 아무 변화 없이 비엘레이가 지나가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비엘레이 친구들을 반기는 개 한 마리와 비엘레이가 제일 좋아했다던 18살 된 고양이까지도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산행이지만 정해진 시간은 지나고 친구들은 흩어진다.

최근 중국영화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스틸 라이프> 같은 극영화를 비롯해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주제는 되풀이 되는데 중국 사회 내부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짐작할 수 있다. 고정된 카메라로 긴 호흡을 보여주는 숏들이 많은 이 영화는 전체가 산에서 촬영되어 너무나 사실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비엘레이라는 인물의 실존성이 점점 희박하게 느껴진다. 그는 현재 중국인들이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그 무엇을 상징하는 이름처럼 보인다. 다타와 그의 친구들이 사라진 비엘레이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마지막 행적을 되짚어 본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조용하고 느릿느릿한 이 영화를 통해 중국이라는 격변하는 세상의 일단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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