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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호타루
2002-01-15

■ Story

야마오카(다카쿠라 겐)는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다.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 도모코(다나카 유코)와 어선이 인생의 전부다. 아내에게 병이 생기자 야마오카는 간병을 위해 양식업을 시작한다. 옛 친구 후지에(이가와 히사시)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야마오카는 옛일을 회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마오카는 한 전우의 유언을 들었던 것. 김선재라는 이름의 전우는 고향의 가족들에게, 그리고 당시 약혼녀였던 도모코에게 이별을 고한 채 출격했다가 전사한다.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야마오카와 도모코는 김선재의 유품을 한국에 있는 유족들에게 전해줄 결심을 한다. 야마오카는 아내의 회한을 달래주기 위해, 그리고 상처입은 과거와의 화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 Review <호타루>는 몇 가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영화에 나오는 일본군의 대모 같은 존재이자 전쟁이 끝난 뒤 그들 혼령을 위로하는 노파는 실존인물. 그녀는 억울하게 죽은 군인들의 혼을 위해 “자신이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존재는 결코 자신을 위해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는다”라며 일본 천황제를 간접적으로 호통친다.

누구라도 동감하겠지만, <호타루>는 배우 다카쿠라 겐을 위한 영화다. 별다른 감정의 동요나 격한 연기에 의존하지 않고, 이 거목 같은 배우는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세계대전 중 일본인들이 겪은 은밀한 상처를 드러낸다. 영화는 주로 플래시백에 의존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과거 일본인과 한국인의 우정과 사랑을 조금씩 교차시킨다.

클라이맥스는 한국을 방문한 야마오카와 도모코 부부가 전사한 군인 가족을 방문하는 시퀀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자막에 의존하는 간편한 방식을 피하는 대신, 외국인들의 어색한 대화를 통역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지리할 수 있는 장면이 영화에선 기묘하게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언어를 무력하게 만드는 건 인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와 눈물이다.

영화는 후루하타 감독의 전작 <철도원>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즈넉한 어촌에서 고기잡이에 열중하는 노인의 이야기, 그가 겪은 역사의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호타루>는 어느새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군다. 후루하타 감독은 영화에 대해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로서 영화인으로서 새로운 세기에 전하고픈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호타루>는, 가슴속 과거를 깨끗하게 세탁할 수 없는 세대를 위한 씻김굿 같은 영화다. 김의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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